본문 바로가기

발암물질 ‘벤조피렌 라면’ 6월 해결 기회 놓친 식약청

중앙일보 2012.10.30 01:09 종합 16면 지면보기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 안전의 최후 보루다. 국내외 식품과 약품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 혼란을 교통정리한다. 이런 역할을 하라고 보건복지부 본부 체제이던 조직이 대폭 확대돼 1998년 외청으로 독립했다.


[사건추적] 라면 사태 왜 커졌나
“자진회수 권고 … 사과했어야”

 그런 식약청이 혼란의 진원지가 됐다. 이번 ‘벤조피렌 라면’ 파동에서다. 식약청은 25일 문제의 가쓰오부시(가다랑어 포)를 쓴 4개 회사의 9개 라면제품을 회수하기로 했다가 29일에는 2개 회사 5개 제품으로 줄였다. 유통기한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가 일부 제품이 그 기한이 끝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혼란의 중심에는 이희성(59) 식약청장이 있다.



혼란의 시발점은 지난 6월이다.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익명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섰고 벤조피렌이 초과 검출된 원료를 수프에 쓴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수사 결과를 이 청장에게 보고했다. 농심 같은 회사의 완제품을 어떻게 할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문제 원료를 당장 쓰지 말고 공정을 개선하라”는 시정명령을 했어야 한다. 또 규정에는 없더라도 이런 문제가 있으면 완제품 자진회수를 권고하는 게 관례였다. ‘탈크 의약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식약청은 2009년 석면이 들어간 탈크로 제조한 완제 의약품(1700억원어치)을 대거 회수해 폐기했다. 완제품은 문제 없지만 원료에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식약청은 이번에는 자진회수 권고는커녕 시정명령을 하지도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6월에 농심에 자진회수 권고를 하고 농심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회수했으면 그리 문제가 안 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시 이런 조치는 식약청 손문기 식품안전국장 라인이 했어야 하는데 위해사범중앙수사단과 소통 부족으로 실기(失機)했던 것이다.



 6월에 스텝이 꼬인 게 이번 국감으로 이어졌다. 이 청장은 23일 MBC 보도 직후 한 시간가량 지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회수 권고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그러다 다음 날 국감장에서 민주통합당 이언주 의원이 몰아세우자 “자진회수 조치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식약청의 다른 관계자는 “이 청장이 자진회수 권고로 입장을 바꾸는 순간 직원들이 허탈감에 빠졌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청장은 국회에서 자진회수로 정책을 바꿀 때에도 실무자들과 제대로 상의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