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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국회의원의 막말은 잊혀질 권리보다 ‘기억될 의무’가 앞선다

중앙일보 2012.10.30 00:38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법원이 법관의 언행 개선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지만 판사 막말 등으로 국민이 대부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광주법원 국정감사에서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서기호 의원(무소속)이 한 말이다. 당연해 보이는 이 말씀은 그러나 또 다른 울림을 부른다. 서 의원이 판사 시절이던 지난해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 푸하하”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을 빚은 기억 때문이다. 많은 이가 반사적으로 뜨악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사적으로 쓴 트위터 구절이 판사에 이어 국회의원 서기호까지 졸졸 따라다니는 셈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부작용’으로 요즘 몸살을 앓는 이는 민주통합당 김광진(31) 의원일 것이다. 전방부대 ‘노크 귀순’을 최초로 폭로한 의정활동마저 과거 발언 때문에 빛이 바랬다. 그는 의원이 되기 전 트위터에서 “새해 소원은 뭔가요”라는 질문에 누군가 “명박 급사”(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라고 답한 글을 리트윗했다. 작년에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향해 “나이를 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개쓰레기 같은 것들”이라고 트위터에 쓴 글도 도마에 올랐다. 점입가경으로 2004~2006년 미니 홈피에 올린 “여자친구 생기면 엄마가 시내에 아파트를 사준대요” “이번 겨울에 저와 터키여행 떠나지 않을래요?” 같은 글까지 만천하에 공개됐다. 김 의원은 1981년 4월 28일생이다. 광주민주화운동조차 태어나기 전의 일이었다. 2004년 9월 육군에 입대해 2년 복무하고 병장으로 만기제대했으니 “여자친구 생기면…” 같은 글은 군 시절이나 그 전후에 썼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원이 된 죄(?)로 오래전 글들이 속속 파헤쳐지니 당사자로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것이다.



 그래서 유럽연합(EU)은 2014년 발효를 목표로 온라인상에서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법으로 보장하는 개인정보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고, 미국에선 “온라인 인생을 지워드립니다”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까지 생긴 모양이다. 국내에서도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이미 관련 규정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잊혀질 권리의 범위·한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 우선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공인 중의 공인인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는 잊혀질 권리보다 ‘기억될 의무’가 더 중요하다. 의원이 되기 전 일인데 왜 따지느냐는 항변은 “그럼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왜 하느냐”는 반론에 할 말을 잃는다. 김광진 의원이 하루에 논어 한 문장씩 외우고 있다니 논어 구절로 충고를 해 본다. “내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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