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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칼럼] 안철수 시험대에 서다

중앙일보 2012.10.30 00:38 종합 35면 지면보기
문창극
대기자
모든 눈이 단일화에 쏠려 있다. 선거 판도를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일화를 주장하는 쪽은 그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반면 반대하는 쪽은 이를 막아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진보인사들은 촛불시위 때처럼 국민의 이름을 들먹이며 단일화를 재촉하고 있다. 반면에 단일화를 비판하면 마치 여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출마 의사를 밝혔으면 투표를 통해 국민의 결정을 따르면 될 일을 왜 막 뒤에서 단일화를 하느냐 못하느냐로 일을 삼는가? 문제는 안철수의 태도다. 더 이상 애매해서는 안 된다.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인기는 어디서 왔나?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정당 보조금 제도를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그러자 여야 정당들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사사건건 싸우던 그들인데 왜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목소리가 같을까. 왜 정치를 바꾸어보자는 제안에 반대할까. 대의제 민주주의를 하자면 정당정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 정당들이 그에 걸맞게 역할을 해 왔던가? 권력에 눈먼 사람, 출세를 원하는 사람들이 나라의 미래에는 관심도 없이, 보수니 진보니 이념을 내걸며 패거리 싸움을 해 오지 않았던가? 이 나라는 앞으로 더 나가고 싶어도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면 그에 맞는 옷을 입히듯 나라도 성장하면 그에 따른 새 제도가 있어야 한다. 우리 정치도 옷을 바꾸어 입혀야 한다. 안철수는 바로 이런 욕구의 상징이었다. 그의 존재이유는 정치개혁에 있다.



 정치개혁과 단일화는 상극이다. 단일화는 정치담합이자 권력만을 노린 게임이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들이 대선 때마다 되풀이하던 짓이었다. 거기에는 국민이 빠져 있다. 우리는 단일화를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이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데 무조건 이기고 보자고 짝짓기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그런 단일화는 바로 정치개혁의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분상으로 볼 때 안철수가 단일화를 하는 순간 그의 정치개혁은 헛구호가 되는 것이다. 현실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정권을 쥘 목적으로 정치개혁에 동의해 단일화 했다고 치자. 그 종이 한 장의 약속이 선거 후에 지켜질 것인가? 단일화로 안철수가 정권을 잡았다고 치자. 의원 과반수를 넘는 여당이 국회를 지키고 있는데 그의 개혁안을 받아들이겠는가? 잘못된 수단을 택하면 그 때문에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수단이 목적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철수의 고민이 있다.



 안철수는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어느 길을 걷느냐에 따라 그의 정체성이 드러나게 되었다. 한쪽은 넓은 길인데 그 끝에는 권력이 있어 보인다. 다른 쪽은 이상을 향한 좁은 길이다. 그가 권력을 탐하는 인물로 보였다면 애초부터 젊은이들이 그렇게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그를 통해 이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변화를 갈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꽃가마를 타는 게 아니다.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고난을 지는 것이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고난의 짐을 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보통사람은 감히 나서기를 주저하는 것이다. 그 선택을 수용해 출마를 한 이상 끝까지 스스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기존 정당들이 정치개혁을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을 유지해야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기득권이다. 변화란 이 기득권을 깨는 것이다. 이를 깰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기득권은 말 그대로 힘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힘으로는 깰 수가 없다. 그것은 국민의 열망과 지도자의 도덕적 우월성으로만 깰 수 있다. 안철수는 정치의 혁신을 바라는 민중의 열망으로부터 탄생했다. 그를 신선하게 보았던 이유는 그의 도덕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무소속의 안철수가 자기 길을 끝까지 걸어 당선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 정당에는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큰가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의 열망은 ‘새 대통령의 힘’으로 바뀔 것이다. 여야 경계선은 무너지고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세력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일시적인 불안이 있더라도 새 길이 열릴 것이다.



 변화와 개혁은 이렇게 뜻밖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진심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품은 씨앗은 반드시 싹이 나게 되어 있다. 그는 씨앗을 뿌린 것만으로도 역사에서 한 역할을 이룬 것이다. 반대로 그가 현실을 쫓아간다면 그는 과거 모든 제3의 인물들처럼 역사의 한 포말이 되어 흩어질 뿐이리라.



문창극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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