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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디테일이다

중앙일보 2012.10.30 00:36 종합 24면 지면보기
SWBK의 송봉규(33·왼쪽), 이석우(34) 공동대표는 폐목을 활용한 가구를 통해 사물의 본성을 탐구한다. 송 대표가 앉은 것이 대표작 ‘레그 체어’, 이 대표의 것은 ‘노멀 체어’다. 사진은 디자이너와 의자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노출 시간을 늘려 찍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 성장과 활약을 죽 지켜보고 싶은 디자이너를 찾는다면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두라. SWBK, 산업 디자인에 기반한 브랜드 컨설팅사다. 이석우(34)·송봉규(33) 공동대표가 운영하는 직원 9명 규모의 이 작은 회사는 법인설립 1년 만에 적지 않은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K-디자인, 10인이 말한다 ② SWBK 이석우·송봉규 대표
스펙 화려한 엄친아 의기투합 폐목 가공한 가구로 이름 알려
?우리 세대는 문화 콤플렉스 없다 세계 통하는 스탠더드 만들 것”



 이들이 취미처럼 만드는 가구 ‘매터&매터(Matter&Matter)’는 지난해부터 몇몇 카페에서 게릴라 전시를 열며 소비자들에게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 서울 역삼동 ‘매터&매터’ 쇼룸에서 두 대표를 만났다.



 # 디테일에 신(神)이 있다



옛 서울역사의 폐목으로 만든 서울역 미니어처.
 탁자의 결은 부드러웠고, 의자의 선은 간결했다. 오래된 나무는 단단했고, 거기 담긴 10여 년 시간은 묵직했다. ‘매터&매터’, 디자인의 근본을 소재·물질에 두고 있다는 이름이다.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 고기잡이 배 등을 해체·재공정해 만든 수작업 가구다.



 “시간과 공은 더 많이 들어요. 폐목을 뜯어 거기 박혀 있는 경첩이나 못을 제거하고 구멍 안 난 부분을 골라서 다듬어야 하니까요”(송봉규).



 대표작은 ‘레그 체어(Leg Chair)’. 개당 30만원 정도로 다소 부담스런 가격이지만 알음알음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국내 한 가구회사가 베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의 디자인을 탐내는 이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이들의 ‘작품’은 서울 시내 곳곳의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역 284(옛 서울역사)와 신림동 서울대미술관에서 옛 서울역사의 폐목으로 만든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역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쟎아요. 내다 버릴 나무가 벤치나 테이블, 혹은 서울역의 모형 조각으로 남는 거죠.”



 압권은 이들이 연출한 소격동 학고재의 ‘설화문화전-흙, 숨쉬다, 옹기’다. 전남 여수 김정길 옹기장의 작품 앞에 서면 센서가 작동되며 여수 앞바다 영상과 함께 파도 소리가 들린다. 허진규 옹기장의 물두멍(물을 저장하는 큰 그릇) 앞에선 고인 물에 빗방울이 떨어지며 만드는 파문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지를 고민한다”는 SWBK의 철학이 담겼다.



 “작업할 때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에요. 죽을 때까지, 될 때까지 하는 거죠. ”(이석우)



 “남들이 안 보는 것도 신경 써요. ‘설화문화전’ 도록을 만들 때 20∼30컷의 사진을 고르기 위해 1만장을 찍었어요.”(송)



 때문에 이들에게 디자인은 곧 디테일이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로에가 그랬어요. ‘디테일(detail) 속에 신이 있다’고. 작고 숨겨진 것에 철학이 담겼다는 얘기죠.”(이)



 “싼 가구들 보면 보이는 데만 비싼 소재 쓰고 뒤집어 보면 엉망이죠. 좋은 디자인은 앞뒤 없이 완벽을 추구합니다.”(송)



 #디자인계 ‘엄친아’



아파트 디자인 컨설팅을 하며 만든 오뚝이 리모컨.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2009) 수상작이다.
 두 사람은 디자인계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다. 엄마가 버릇처럼 비교 대상으로 거론하는 완벽한 존재를 뜻하는 이 속어처럼, 나무랄 데 없는 이력을 지녔다.



 각각 홍익대와 국민대 디자인과 재학시절 삼성그룹의 인턴십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를 거쳐 모토로라에서 이 회사 첫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디자인했다. 송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6년간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다. 마지막으로 작업한 게 안드로이드 최초의 태블릿인 갤럭시탭. 최첨단 제품의 디자이너였던 두 사람은 2008년 겨울 의기투합해 주말 사무실을 차렸다. 자기만의 작업을 하고 싶어서였다.



 대림산업이 이들에게 첫 프로젝트를 맡겼다. ‘e-편한세상’ 아파트의 디자인 컨설팅이었다. 아파트 주차 차단기가 올라가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거주자들의 모든 동선을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조명·손잡이·스위치 등 수많은 소품의 디자인을 통일했다. 특히 찾기 쉽도록 항상 서 있는 오뚝이 모양의 라이트 리모컨으로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2009)를 수상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서울 스탠더드, 혹은 코리안 스탠더드라는 장기적 주제를 갖고 있다. 한국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는 디자인 회사를 만들고 싶다. 가령 일본의 생활을 잘 보여주는 대중 브랜드 무인양품(MUJI)처럼.”(이)



 -거창하게 들리는데.



 “우리는 콤플렉스가 없는 세대다. 선배들은 단기간에 산업화를 일궜다. 우리는 이제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2세대의 책임감’이라고 하면 거창할 지 모르겠지만.”(이)



 이들은 당장 내년에 좀더 저렴하게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가구 브랜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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