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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장애인 교육교류 프로그램 만들어 보자

중앙일보 2012.10.30 00:06 종합 30면 지면보기
주디스 휴먼 미국 국무부 국제장애인인권 특별보좌관(왼쪽)과 이상묵 서울대 교수. “장애인 정책의 핵심은 이들에 대한 교육과 고용 증진”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인섭 기자]
지난 24일 인천 송도컨벤시아 2층 회의실.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50)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주디스 휴먼(64) 미국 국무부 국제 장애인 인권 특별보좌관이 만났다. 자기소개에서 시작해 자연스레 장애인 지원정책으로 주제가 옮아갔다. 두 사람은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이면서 ‘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의 호킹’이상묵 교수·휴먼 미 국무부 보좌관 대담
“장애인 정책은 복지 아닌 인종·성별 같은 차별의 문제”

 “마흔네 살, 전 장애인이 됐습니다.”(이 교수)



 “전 생후 18개월, 두 돌도 되기 전에 그렇게 됐죠.”(휴먼 보좌관)



 휴먼 보좌관은 1960~70년대 대학 시절부터 장애인 인권 운동을 벌인 선구자다. 93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에서 교육부 특수교육·재활지원 담당 차관보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은행의 초대 장애·개발 담당 고문으로도 일했다. 2010년 6월부터 국제 장애인 인권 보좌관으로 활동 중이다. 유엔 ESCAP 정부간 고위급 회의 및 인천세계장애대회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찾았다. 이번 대담은 서울대 QoLT(장애인 전문인력양성) 산업기술지원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 교수를 만나 의견을 듣고 싶다는 휴먼 보좌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 교수가 먼저 6년 전 사고를 언급했다. “캘리포니아 사막에 지질탐사를 하러 갔다 차 사고를 당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재활전문병원 ‘랜초 로스 아미고스’에서 3개월 간 컴퓨터와 장애인용 특수기기 사용법을 배웠죠. 귀국 여섯 달 뒤 다시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중앙일보가 저를 ‘수퍼맨’이라고 묘사(2008년 3월 5일자 1면)하더군요.”



 웃으면서도 그는 우리의 의료 현실을 지적했다. “미국은 한국보다 매우 치료비가 비쌉니다. 문제죠. 그런데 고가의 치료비 때문인지, 재활의 초점은 최대한 빨리 병원에서 나와 사회로 돌아가게 하는데 있습니다. 제가 만약 한국에서 다쳤다면 병원에 계속 누워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장애인을 보호한다고 하는 일이 오히려 독립을 막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거다. 이 교수는 “한국 정부는 병원으로 가는 돈을 줄이고 대신 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휴먼 보좌관도 “장애를 입은 이들을 일으켜 다시 밖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장애인 정책의 핵심은 교육과 고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장애인 고용정책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며 “인종·성별 등과 함께 차별을 금지하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장애인 10만 명을 새로 고용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직장을 유지하고, 직업의 질도 함께 높이는데 주력한다. (대선을 앞두고) 장애인 고용정책과 참정권 확대는 양당을 초월하는 과제”라고 밝혔다.



 휴먼 보좌관은 이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한 미대사관을 통해 미국 정부가 진행하는 한·미 어학교육 프로그램 대상을 장애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또 “온라인 교육이 미래”라며 “미국의 대학을 가지 않아도, 서울대에 오지 않아도, 한·미 양국은 물론 개도국의 젊은 장애인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두 나라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송도=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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