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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경의 중국기업인열전 ②] 폐지의 여왕, 장인(張茵)회장

중앙일보 2012.10.29 10:29




중국인들은 여성을 가리켜 ‘반볜톈(半邊天, 하늘의 반쪽)’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인지 중국 재계에는 남성 CEO 못지 않게 배짱과 결단력을 갖춘 여성기업인이 많다. 그 중에서도 중국 최고 제지회사인 주룽즈예(玖龍紙業)의 장인(張茵·55) 회장은 맨손으로 시작해 2003년부터 줄곧 여성 부호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걸이다. 그녀에게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녀는 가난한 군인집안의 8남매 중 맏딸로 태어나 일찍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대학 졸업 후 섬유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그녀는 이후 전공을 살려 선전시의 작은 제지회사에 회계직으로 취직했다.



당시 중국은 산림이 부족해 종이를 발명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종이를 대나무나 볏짚으로 만들어 질이 떨어졌다. 좋은 제지는 대부분의 원료를 수입으로 충당했다. 이때부터 장인은 남다른 사업적 기질에 눈을 떴다. 수입 원료에 의존하지 않고 버려진 폐지를 재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장인은 경리일을 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알뜰살뜰 종자돈도 모았다. 어느 날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수중에 모은 3만 위안을 들고 홍콩으로 떠났다. 당시 홍콩 경제는 호황기여서 종이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폐지를 회수하고 다니며 거래처를 하나 둘씩 터나갔다.



장인은“당시 사람들은 버려진 종이를 모으고 다니던 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봤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버려진 종이였지만 그녀에게는 그 무엇보다 훌륭한 사업 밑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종이 원료인 펄프 값이 치솟았다. 당연히 재활용지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고 일찍부터 거래처들을 장악한 그녀는 어느새 폐지계의 거물이 되었다. 그리고 6년 후인 1988년 지금의 주룽즈예를 설립하고 광둥성 둥관(東莞)에 공장(당시 연 생산 45만톤)을 지었다.



그러나 사업이 커지면서 문제도 하나 둘씩 늘어났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원료 조달이었다. 고심 끝에 그녀는 미국행을 결정했다. 당시 미국은 세계 최대 제지 원료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또 한번 남다른 사업적 해안과 배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미국에 미국중남회사를 차려 원료공급원을 확보해 나갔고, 중국으로 수출된 상품 포장지를 중국 동관 공장에서 재활용해 질 좋은 포장지로 재탄생 시켰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제지 수요(2010년 중국 제지수요는 연간 약 7,000~8,000만톤)도 늘어났다. 일찍부터 원료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던 장인의 회사는 연간 5000만톤을 생산할 수 있었고, 2005년~2006년에는 연 30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재 연 매출 4.2조 위안으로 중국 내 3,500여개에 달하는 제지업체 중 단연 최고다.



장회장은 말한다. “여성일수록 더 담대하고 세상과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정과 자신의 일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여성 CEO라고 할 수 있다.”



☞신보경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했으며, 현재 중국 경제 및 기업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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