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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 대화처럼 원초적"…'일베 대통령'이 말하는 인기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2012.10.29 09:36
최근 몇 달 동안 인터넷 상에서는 인터넷 유머 포털 ‘일베’가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다. 가깝게는 지난 28일은 일베의 회원 ‘간결’이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맞장 토론을 벌여서 눈길을 끌었다. 사실상 토론을 완승한 진 교수는 토론료로 받은 100만원을 쌍용차 노조에 '일베 회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기부했다.



지난 주에 있었던 ‘학력ㆍ직업 인증 대란’ 역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일베 회원들은 찌질이’라고 공격당하던 것에 대한 일베 회원들의 반발로 해석되고 있다. 수십 명의 아이비리그 출신, 수백명의 SKY대학 출신, 한의사, 의사, 변호사, 대학 교수 등이 인증 대란에 동참했다.



진보 성향 네티즌이 절대 다수인 인터넷상에서 남성 우월주의, 강한 보수 성향으로 공격을 많이 받았다. 스스로도 ‘마이너한 사이트’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다. 일베 회원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일베충(일베+벌레)’으로 비하하거나, 일베 이용자라는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하지만 일베의 순기능 역시 없지는 않다. 안보 및 국방 분야에서 허점이 발견되면 공론화하는 기능이었다. 온라인 중앙일보 기사를 통해 공론화되었던 ‘GOP 총기 오발 사고’가 대표적이다. 사건이 묻힐 뻔했다가, 일베→언론→국민 순으로 확산됐다. 또한 각종 군 부대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군기 문란 행위 등이 일베 회원들에 의해 국방부, 육군 본부, 국정원 등으로 신고됐다.



일베의 정점에는 운영자 ‘새부’가 있다.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회원들의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문제 회원을 차단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일체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은 '일베 대통령' 격이다. 일부 네티즌은 이를 희화화해 ‘새부찡’이라 부르는 등 '가짜 신격화'로 풍자하기도 한다. ‘찡’은 사람의 이름 뒤에 붙이는 네티즌 용어다. ‘근혜찡’ ‘재인찡’ ‘철수찡’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일베 운영진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운영자 새부는 29일 온라인 중앙일보와의 단독 e-메일 인터뷰에서 “기존의 상식이 파괴되는 경험이 일베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초기에는 유머 위주의 사이트였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정치 등 다양한 글이 올라오게 됐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방문자들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삼는 유머 사이트임을 알아달라”고 했다.



이하는 일베 운영자 새부와의 일문일답. 인터뷰에는 ‘기지찡’으로 알려진 기술지원 담당 운영자도 함께했다고 한다.



- 최근 GOP 총격 논란, 학력 인증 대란 등이 불거지면서 일베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일반인 내지는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어떻게 보나.



“사이트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유저들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 일간베스트저장소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간략히 연혁을 소개해 달라.



“초기의 일베저장소는 관리자들과 유저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각종 유머자료들을 수집하던 사이트였다. 수집된 유머자료는 자연스럽게 방문자의 증가로 이어지게 되었고, 방문자가 많아짐에 따라 기존의 관리자 위주의 유머자료 게시방식에서 유저가 각종 자료와 글을 올리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변모하게 됐다. 다만 사이트 초기와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다면 여전히 일베저장소는 방문자들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 일베의 인기에 대해서 ‘솔직하다’ ‘남고에서 대화하는 것 같다’ ‘원초적이다’ 등의 평이 있다. 일베의 인기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것을 접하길 원하며 찾아다닌다. 일베저장소에서는 기존의 허례허식을 신경쓰지 않는 직설적인 대화, 희화화가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게시물을 보며 기존의 상식이 파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경험에서 유저들이 재미를 느끼게 되고 일베저장소를 계속 찾는것이라고 본다.”



- 하지만 일베에 대한 비판도 많다. 남성 우월, 여성 폄하, 강한 우익 성향 등이 비판의 포인트다.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한다는 비난도 많다. 운영에 있어서 원칙은 무엇인가.



“일베저장소의 운영에 있어서 정치적인 의도를 개입시키고 있진 않다. 다만 매일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적인 게시글이 발견되는 즉시 삭제 및 차단 조치하고 있으며, (정부 및 각 기관, 개인 등의) 게시물 삭제요청을 통하여 개인정보 및 개인의 권리 보호에 힘쓰고 있다.”



- 소위 일베의 열성 회원들은 스스로를 ‘게이’ 또는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면서도, 역으로 최근 학력 인증 대란에서는 명문대 출신임을 보여주고, 선망의 직업을 갖고 있다고 증명하기도 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오히려 학력인증은 그동안 스스로를 비하하며 재밌어하고 웃어왔기에 때문에 비로소 화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이트에서 ‘학력인증’을 하였다면 그저 자랑에서 끝났겠지만, 일베저장소에서는 ‘이런놈들까지 있었어?’ 하는 의외성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남성 우월 사이트다, 우익 사이트다 등의 비난이 있지만, 역으로 회원 중 여성이 꽤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입회원 또는 활동 회원 기준 등으로 남성:여성, 연령대별 퍼센트가 구분이 되는지. 일부 여성 회원들은 자신이 여성임을 인증했다가 남성 회원 다수로부터 악플을 받기도 했다.



“성별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다만 각종 통계사이트의 자료들에 의하면 생각보다 많은 수라고 파악하고만 있다. 하지만 여성회원의 인증샷은 유저들 스스로가 지양하고 있다. 우글우글한 남자들 가운데에 여자를 떨구면 큰일이 일어난다는것을 모두 알고 있다.”



- 당신은 누구인가. 운영진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20대의 공대생이다. 함께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술지원’ 운영자는 비전공자로 컴퓨터를 취미로 배웠다고 하더라. 관리자까지 합하여 일베의 운영진은 총 10명이 넘는다.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따로 생업이 있으며, 여가시간을 쪼개어 사이트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사이트 특유의 마이너함 때문에 부관리자들간에도 서로 신상정보는 공유하지 않고 있지만, 모두 남자란건 알고 있다.”



- 서버가 캐나다에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이트 운영은 어떻게 하시나. 운영진은 어떤 사람인가. (인터넷 일각에서는 일베가 한국 정부의 삭제권한을 피하기 위해 서버를 캐나다에 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버는 한국에 있다. 도메인을 등록한 기관이 캐나다에 있는데 그것이 와전된 듯 하다.”



일베에는 보수 성향의 젊은 네티즌이 많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젊은층과 오프라인 모임을 할 때 스마트폰에서 일베를 보는 친구들이 꽤 있더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운영자 새부는 말을 아꼈다. “올해의 대선은 저번과 달리 굉장히 변수가 많고 예측이 어려운 듯 하다(‘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유머 위주의 커뮤니티 사이트(‘일베는 거의 유일한 젊은 보수 사이트 아니냐’는 질문에” 등의 짧은 답변을 했다.



일베의 대척점에는 ‘오유(오늘의 유머)’가 있다. 오유는 진보성향이 강한 유머사이트다. 운영자 새부는 오유에 대해 “오유도 운영자님께서 열심히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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