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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비 갈등 … 문 못 여는 대구과학관

중앙일보 2012.10.29 01:17 종합 18면 지면보기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대구테크노폴리스에 들어선 국립대구과학관 상설전시관 모습. 건축공사와 전시물 설치작업이 최근 마무리됐지만 기획재정부·대구시가 운영비 분담액을 정하지 못해 개관이 미뤄지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4일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국립대구과학관에 들어서자 독특한 형태의 유리 시설물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에는 유리로 된 큰 구슬에 1~12라는 숫자가, 오른쪽엔 원형 유리 파이프 옆에 10에서 60까지 숫자가 적혀 있다. 높이 14m, 폭 2m의 유리로 된 물시계다. 진자가 왕복운동을 하면 구슬 등에 물이 차 시간을 알려준다.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베르나르 지통이 만든 것이다. 전시공간인 상설 1, 2관과 어린이전시관에는 대체에너지·수중생태계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 있다. 전시관 건물 옆에는 천체관측관도 있다. 전시물 설치담당인 박규태(32)씨는 “건축과 전시물 설치가 모두 끝나 시험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1151억원 들여 9일 완공
기재부 “연 운영비 40% 시서 내라”
대구시 “국립시설이라 10%만 부담”



 국립대구과학관이 지난 9일 완공됐지만 운영비가 없어 개관이 미뤄지고 있다. 과학관을 건립한 교육과학기술부와 예산을 지원하는 기획재정부, 대구시 등 세 기관이 운영비 분담비율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획재정부와 대구시가 2008년 과학관 건립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비용 부담 조건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당시 협약서에는 과학관 건립비용의 70%를 국비로, 30%는 대구시가 부담하기로 돼 있었다. 시는 이에 따라 전체 공사비 1151억원 중 343억원을 댔다. 시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이 중 150억원은 빚을 내 투입했다. 하지만 운영비에 대해서는 ‘(두 곳이) 분담하되 추후 협의한다’고만 했다.



 이들 기관은 과학관 착공 후 운영비 분담을 위한 회의를 수차례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기재부는 정부가 60%를 대고 대구시는 40%를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연간 운영비 100억원(추정액) 중 40억원을 시가 내야 한다. 대구시가 과학관 건립을 희망했고 건설비도 분담한 만큼 운영비도 당연히 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국가시설의 운영비를 지자체가 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부권의 국립중앙과학관과 수도권의 국립과천과학관 운영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한다는 점을 든다. 그러면서 10% 부담의사를 밝혔지만 기재부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툼이 계속되면서 기재부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올 2월부터 5개월여 건축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해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과학관육성법의 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개정안에는 대구과학관에 국립과학관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이를 운영할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는 규정이 들어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운영법인 설립 과정에 다시 협상해 합의점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구시가 20%를 부담하는 선에서 합의토록 노력하겠다”며 “개관을 계속 미룰 수 없는 만큼 내년 4월께 문을 열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립대구과학관=청소년들이 과학에 대한 탐구심을 기를 수 있도록 국가가 유가면 상리 대구테크노폴리스 11만7356㎡ 부지(연면적 2만3966㎡)에 만든 시설. 과학기술 관련 자료를 보존·전시하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간과 환경 등을 주제로 380여 점의 전시물이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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