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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 등 1인 6역 할리우드 홀린 배두나의 매력

중앙일보 2012.10.29 00:45 종합 22면 지면보기
배두나가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할리우드에 진입했다. 복제인간을 연기한 배두나에 대해 영화매체 와이드 스크린은 “영화가 찾아낸 밝은 빛”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워너브라더스]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트 로스앤젤레스의 한 극장.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의 시사회가 열렸다. 500년 가까운 시공간에 걸쳐 스토리 6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갔다. 영화가 끝날 무렵 박수가 터졌다. 윤회(輪廻) 사상을 바탕으로 1849년 태평양부터 2346년 미래 지구까지, 주인공들이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다시 만나는 설정이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SF ‘매트릭스’감독 연출



 엔딩 자막에 ‘매트릭스’의 감독 라나·앤디 워쇼스키, ‘향수’의 톰 티크베어 감독(공동 연출)에 이어 톰 행크스·할리 베리·휴고 위빙·휴 그랜트·수잔 서랜든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이름이 흘렀다. 이어 배두나(33)의 이름이 등장하자 다시 박수가 터졌다. 동양의 여배우가 할리우드 데뷔작에서 스타급 못지않은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에 대한 찬사였다. “Park(박찬욱 감독)과 Bong(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라며 반가워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배두나는 2144년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복제 인간 스토리의 여주인공 ‘손미-451’ 등 1인 6역을 소화했다. 독특한 영어 액센트에 특유의 신비한 이미지와 섬세한 표정, 과감한 노출까지 선보이며 할리우드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26일 북미 개봉(국내는 내년 1월 10일) 직후 그를 미국 베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만났다.



배두나
 -할리우드 데뷔, 꿈을 이뤘나.



 “할리우드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뜻밖에 좋은 감독님들과 연이 닿아 더 넓은 세상에 나서게 돼 기쁘고 설렌다.”



 -어떻게 감독의 눈에 들게 됐나.



 “내가 출연한 일본영화 ‘공기인형’을 본 워쇼스키 감독 측에서 연락을 해왔다. ‘괴물’ ‘복수는 나의 것’도 봐서 잘 안다고 했다. 공기인형을 거쳐 복제인간이 된 셈인가?”(웃음)



 -첫 SF영화인데, 부담이 컸겠다.



 “영화를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감독이다. ‘좋은 감독에서 좋은 영화가 나온다’고 믿는다. 캐릭터에 대한 애착도 컸다. 영화의 주축인 손미는 순수하면서도 강하고, 결연히 자기희생을 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복제인간이 ‘순수피’로 불리는 인간에게 통제되고 착취당하다 버려지는 2144년 서울, 손미는 세상을 바꾸는 저항과 구원의 아이콘이 된다).



 -할리우드 적응이 쉽지 않았을 텐데.



 “영화 ‘코리아’ 촬영을 마친 지 이틀 뒤 매니저도 없이 혼자 베를린으로 갔다. 빨리 적응하려면 무조건 부딪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통역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든 직접 하다 보니 영어가 빨리 늘었다.”



 - 배우들과는 어떻게 친해졌나.



 “처음에 톰 행크스 등을 보며 ‘와, 영화에서 보던 사람들이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톱스타라서 그런지 경쟁의식도 없고 포용력도 있었다. 한국에서 송강호 오빠랑 일하는 것처럼 모두가 편해졌다. 특히 짐 스터지스·벤 위쇼와 친하게 지냈다. 베를린에 있는 소주바에 가서 소주 마시는 법도 가르쳤다. 소주 마시는 게 우리의 재미난 일상이 됐다.”



 -그린스크린 연기(아무 것도 없는 스크린 앞에서 연기한 뒤 컴퓨터 그래픽과 합성으로 장면을 완성하는 것)에 도전했는데.



 “ 처음엔 막막했다. 어느 순간 방법을 터득하니 오히려 상상력이 커져가는 걸 느꼈다.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이 눈을 뜨면 눈 앞에 펼쳐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더 큰 욕심이 생기지 않나.



 “사실 이런 기회가 많을 것 같진 않다. 뭔가 와 닿는 영화는 앞뒤 안 재고 달려든다. 상상력이 넘치는 영화, 나를 들뜨게 해주는 영화면 된다. 인디영화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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