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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살던 집 ‘제비다방’ 됐다

중앙일보 2012.10.29 00:43 종합 24면 지면보기
서울 통인동 ‘이상의집’에 26일 제비다방이 문을 열었다. 간판도 단정히 걸었다. 안상수 홍익대 교수가 디자인하고 쇳대박물관에서 제작했다. [사진 아름지기]


13인의 아해(兒孩·어린이) 가 무섭다며 내달리던 막다른 골목이 이쯤일까. (이상의 ‘오감도-시 제1호’)

시인의 집, 통인동 프로젝트로 새단장



 26일 서울 통인동 154-10번지 한옥에 ‘제비다방’이 문을 열었다. ‘박제가 된 천재’ 이상(김해경·1910∼37)의 쓰디쓴 인생이 녹아 들어간 공간이다. 통인동 한옥은 그가 세 살 때 양자로 들어가 자란 백부(伯父)의 집 일부다. 스물일곱에 요절한 이상은 여기서 스물세 살까지 살며 첫 장편 ‘십이월십이일’(1930), 첫 시 ‘이상한 가역반응’과 ‘오감도(烏瞰圖)’(1931) 등을 발표했다.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근무하던 이상은 1933년 폐결핵으로 총독부 기수직을 사임했다. 이후 지금의 종로1가에 제비다방을 차렸으나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이후 인사동 카페 ‘쓰루(鶴)’, 종로1가 다방 ‘69’ 등을 잇따라 차렸다.



 하지만 그 어느 다방의 위치도 지금은 알 수 없다. 그의 흔적은 현재로선 통인동 ‘이상의집’이 유일하다. 철거 위기의 이 집은 2003년 김수근문화재단(이사장 김원)이 매입하면서 관심을 모았고, 현재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과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함께 관리하고 있다.



 ‘봄은 안 와도 언제나 봄긔분 잇서야 할 제비. 여러 끽다점(喫茶店) 중에 가장 이땅 정조(情調)를 잘 나타낸 ‘제비’란 일홈이 나의 마음을 몹시 끄은다.’



 1934년 종합잡지 ‘삼천리’의 ‘끽다점 평판기’에선 제비다방에 대해 이렇게 썼다. 26일의 개업식 ‘이상, 돌아오다’에 는 소설가 조정래, 연극인 손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영빈 위원장 등 문화인 50여 명이 참석했다. 72년 10월 월간문예지 ‘문학사상’ 창간호에 이상 초상화(구본웅, ‘친구의 초상’)를 표지화로 실은 데 이어 이상의 미발표 유고를 발굴·소개했던 이어령 당시 ‘문학사상’ 주간, 타이포그라피적 관점에서 이상 시(詩)를 연구하며 ‘이상읽기’의 범주를 확장한 홍익대 안상수(시각디자인) 교수 등이 저마다의 추억으로 이상을 호명했다.



 아름지기는 이날부터 ‘통인동 제비다방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상의 기일인 내년 4월 17일까지 이상·근대·서촌(西村) 등을 키워드로 문학·음악·영화 등이 어우러진 문화행사를 연다. 02-741-8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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