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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살인 무죄 받아낸 박준영 국선 변호사 … 종고 출신 독학 법조인

중앙일보 2012.10.29 00:39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준영
“노숙자라고 살인범으로 내모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난 변호사 업계 마이너, 약자끼리 도와야죠”

 박준영(38·사법시험 44회) 변호사. 지난 25일 ‘2007년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 재심 공판에서 김모(당시 15세)양 살해 주범으로 5년 만기 출소한 정모(34)씨의 무죄 판결을 받아 낸 국선 변호사다. 판결 이후, 노숙자 등 취약 계층을 상대로 한 사법 당국의 불공정 법집행이 논란이 됐다.



 앞서 박 변호사는 사건 당시 공범으로 지목된 10대 청소년 5명의 국선 변호를 맡았다. 사건이 의문 투성이란 점을 알게됐고 이를 부각해 2010년 7월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자 복역 중인 ‘주범’ 정씨에 대해서도 의문이 났다. ‘정말 정씨가 범인일까?’ 그는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정씨를 면회했다. 정씨는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나라에서 노숙자라고 살인범으로 몰아붙이면 안 되잖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경찰관이 ‘네가 죽였잖아’라며 정강이를 차고 목덜미를 툭툭 치는데 너무 무서웠다. ‘자백하면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고 해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정씨가 강압 수사에 의해 허위 자백했다는 걸 처음부터 확신했다”고 한다. 현장으로 달려갔다. 범행 장소인 고등학교를 20여 차례 방문해 CCTV 기록부터 확보했다. 예상대로 사건 당일 정씨의 모습은 CCTV에 없었다. 범행 당시 무척 시끄러웠을 텐데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주민 진술도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기록을 다시 검토해 달라’는 편지도 보냈다. 그는 “검토 결과 정씨가 소녀를 때렸다고 자백한 시각과 실제 소녀의 사망 시각에 큰 차이가 났다”며 이를 변론으로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 8월 출소한 정씨에게 뒤늦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변호사는 스스로를 “변호사 업계의 마이너”라고 소개했다. 전남 완도에서 종합고를 나와 독학으로 2002년 사시에 합격했다. 2006년 변호사로 개업해 무료 변론부터 시작했다. ‘남의 일인데, 자기 일처럼 뛰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약자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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