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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침체 속 중국 그림자

중앙일보 2012.10.29 00:27 종합 34면 지면보기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1.6%. 3분기 성장률이다. 위기랄 수밖에 없다. 2차 오일쇼크(1980년), 외환위기(1998년), 세계 금융위기(2008) 등에 이어 또다시 분기 성장률이 2% 아래로 추락했으니 말이다. 설비투자가 준 게 침체의 큰 요인이다. 성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대목에서 침체 속 중국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중 1, 2위를 차지하는 품목은 LCD(액정디스플레이)와 반도체다. 대략 20% 정도를 차지한다. 관련 부품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해당 기업이 중국에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LG와 삼성이 각각 중국에 LCD공장 건설에 나섰고,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시안(西安)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시안 공장에는 모두 70억 달러가 투자된다. 공장이 가면 일자리도 넘어가게 마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2년 전문대졸 이상의 고급 일자리 수만 개를 중국에 빼앗길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완구·섬유·신발 등 임가공 공장의 초기 중국 진출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당시 임가공 업체들은 공장을 옮기는 대신 국내에서 고부가 부품·소재 등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다. 투자가 수출을 유발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약 70%가 부품·반제품으로 짜인 이유다. 그 과정에서 산업이 고도화됐다. 그러나 반도체와 LCD의 중국 투자는 국내 유발효과가 적다. 관련 부품 공장도 함께 가겠노라 따라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공동화를 넘어 첨단산업 공동화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보기술(IT) 분야뿐이 아니다. 자동차·기계·철강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우리 기업은 중국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고 있다. 그렇다고 시장을 찾아 떠나겠다는 기업을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에게 좋은 기업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우리 스스로를 탓할 뿐이다.



 지난 20년 중국은 우리 경제에 ‘축복’과 같은 존재였다. 중국 덕택에 큰 충격 없이 산업 고도화를 이룰 수 있었고, 세계공장 중국은 우리에게 수출 시장을 제공했다. 우리 수출의 약 25%가 중국으로 간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에는 중국에서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중국은 오히려 우리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 LCD·반도체의 공장 이전에서 위기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문제의식이 없는 게 문제다. 앞으로 5년 이 나라를 이끌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들은 경제 민주화만 합창할 뿐 중국으로 떠나고 있는 핵심 기업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어떻게 블랙홀 중국에 맞설지에 대한 정부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년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한 축은 그렇게 무너지고 있다. 성장률 1.6%가 던지는 또 다른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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