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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시장이 모두 ‘원화 오른다’ 베팅할 때 … 거꾸로 간 적 많았다

중앙일보 2012.10.29 00:22 경제 4면 지면보기
원화가치가 1년여 만에 달러당 1100원대에서 1000원대로 올라선 다음날인 26일.


더 오를 가능성 있다
한국 신용등급 15년 만에 최고
미국·유럽 돈 풀어 유동성 넘쳐

 외환시장에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전해졌다. “최근 외환시장의 흐름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나 국내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과 달리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 다소 우려스럽다.”



 외환당국 과장급 인사의 언급으로 알려진 이날 발언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치고는 강도가 세지 않았다. 발언을 한 당국자도 익명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쏠림현상을 경계하는 외환 당국의 불편한 심기는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은 1년여 만이다. 지난해 9월엔 은성수 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이 직접 나서 “어떠한 방향이든 환율의 지나친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언급으로 구두개입을 한 적이 있다.



 외환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환율 수준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어느 나라 외환 당국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급등락을 완화하기 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은 할 수 있다.’ 지난 1년간은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외환시장이 평온했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치가 연중 최고치인 1000원대로 올라선 지난주에 외환 당국이 시장 개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기업을 앞세워 원화가치 상승세를 방어하기 위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국의 물량 개입 규모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환 당국 관계자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확인도 부인도 안 한다)”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올해 1080원을 찍고 내년에는 1040∼1050원 부근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펀더멘털만 보면 원화가치가 중장기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모두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해 역대 최고등급을 15년 만에 회복했다. 외환보유액은 3169억 달러(8월 말)에 달하고 총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은 2008년 9월 말 51.9%에서 올해 6월 말 33.8%로 낮아졌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마구 푼 탓에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경기 흐름만 보면 원화가치가 더 높아지기 힘든 구석도 있다. 글로벌 불황으로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이 타격을 받고 있고 유럽 재정위기가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른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의 원화가치 강세는 시장 참여자의 불안한 심리에 기댄 측면이 있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연구소 등의 환율 전망에도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국내외 경제연구소와 해외 투자은행(IB)들의 내년 환율전망이 갑자기 대담해진다. 지난달 연말 환율을 1117원으로 발표했던 LG경제연구원은 연말 1100원이나 그 이하, 그리고 내년 말에는 104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하향조정 전망을 내놓았다. BNP파리바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내년 평균 전망치로 1000원을 제시하기도 한다.”(NH농협선물 보고서)



 이진우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이렇게 환율 전망이 일방적으로 쏠린 이후에는 ‘뚜껑 열리는 환율’이 될 때가 많았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뚜껑 열리는 환율’이란 시장 참여자의 쏠림 현상과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가리킨다.



 전문가들은 외환 당국의 움직임이 단기적으로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 당국은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보는 듯하다. 쏠림 현상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채권투자의 상당 부분이 헤징(가격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물과 선물거래를 반대 방향으로 체결하는 금융기법) 없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주식 투자는 헤징이 많지 않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채권투자자는 헤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헤징을 하지 않고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그만큼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과도하게 원화가치 상승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경기 불황도 추가적인 원화가치 상승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6%에 그쳤을 정도로 경기가 예상보다 나쁜 상황인 만큼 외환 당국이 원화가치의 추가 상승을 쉽게 용인할 것 같지는 않다. 원값이 비싸지면 안 그래도 힘든 수출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어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이 수출 이윤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원·달러 환율 ‘마지노선’은 1080원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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