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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정규직 보호법, 풍선 효과만 불렀다”

중앙일보 2012.10.29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시행 5년이 지난 비정규직 보호법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자꾸 늘어나 600만 명에 육박하고, 청년세대에서 50대 이상으로 비정규직이 옮겨가는 흐름도 눈에 띈다. 정규직 전환 비율은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공식 통계로는 정규직 전환율이 49%라지만, 대부분이 고용기간만 연장되는 무기계약직이어서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실제 정규직 전환 비율은 10%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비정규직 대신 고용기간의 제한을 안 받는 사내 하청·파견 근로자들이 급증하는 풍선 효과도 두드러진다. 비정규직 보호법 이후 비정규직의 삶이 한층 불안해진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없이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저출산을 해소하기 어렵다. 대선 후보들이 ‘차별 시정’과 ‘정규직 전환’ 등 비정규직 공약을 쏟아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기업에 금전적 징벌을 다짐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고용평등기본법 제정을 공약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송전탑에 올라 농성 중이다. 대선을 앞둔 지금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에 최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원리와 현실에 맞지 않는 처방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된다. 오늘 고용정보원은 도시 거주 5000가구를 대상으로 비정규직 현안을 추적해 온 연구결과를 내놓는다. 대선 후보들은 이런 실증적 연구를 참고해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큰 틀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조의 양보가 전제돼야 풀 수 있다. 경기 악화 때 고용 유연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사·정이 어떻게 고통을 분담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풍선 효과의 주범인 2년 후 정규직 강제전환도 현실에 맞게 유예하거나 손질할 필요가 있다. 과연 비정규직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요구부터 하는지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에겐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타당한 사유 없이 마음대로 해약하지 못하도록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4대 보험부터 해결해주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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