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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마을 민속놀이 재현, 충남대표로 금상 ‘얼~씨구’

중앙일보 2012.10.26 04:04 1면
“농부님네들! 오늘 논매기 잘해서 풍년농사 이뤄보세~ 어하 얼러를 가아세.”


[인생은 아름다워] 송악풍물두레논매기보존회

 “올해도 풍년이요. 내년에도 풍년일세~ 어하 얼러를 가아세.”



 22일 오후 2시 아산 송악면 외암마을. 모를 심는 시늉을 하며 10여 명의 주민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중 서너명은 북과 장구 꽹과리를 연주하며 흥을 더했다.



송악풍물두레논매기보존회 회원들이 23일 외암 민속마을에 있는 논에 모여 농신제와 모내기, 두레논매기 등을 재현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이들은 자기 마을에서 전해져 오는 민속놀이인 송악두레를 보존·계승하는 ‘송악풍물두레논매기보존회’ 회원들이다. 비영리단체인 송악풍물두레논매기보존회는 아산 송악면 마을 주민 100여 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해 결성됐다. 송악 두레를 통해 우리 조상의 삶과 지혜를 엿보고 널리 알리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매년 6월에는 마을 인근 초등학교에서 자체행사도 개최한다. 행사에서는 풍물공연, 풍년기원 농신제, 모심기재현, 두레논매기재현, 사물놀이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두레주, 두레화채 등 먹을거리도 풍성하게 제공되기도 한다. 이들은 이달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던 ‘2012 제53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금상)을 수상하며 그간의 노력을 입증했다.



조상의 슬기와 삶을 엿보다



“우리 어렸을 적엔 놀만한 게 어디 있었나. 농번기가 끝날 무렵 옆 마을과 함께했던 두레 놀이가 가장 즐거웠지. 온 마을 주민의 축제였어.” 정인화(76) 송악풍물두레논매기보존회단장의 얘기다. 정 단장은 이 마을의 터줏대감이다. 3대째 이곳에 살고 있다. 그에게 있어 마을에서의 가장 즐거웠던 추억을 꼽으라면 단연 ‘두레 놀이’다.



 “한국전쟁 이후로 송악두레가 자취를 감췄지. 먹고 살기 힘든데 농악을 즐길 여유가 없었어.”



 송악두레는 농부들이 농사짓는 수고로움을 풀기 위해 시행되던 민속놀이다. 농부들이 모내기를 마치고 마지막 만물 논매기를 할 때 시행했다고 한다. 마을 여자들은 술과 음식을 장만하고 함께 풍물을 치며 어울렸다. 또한 송악두레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눠 진행된다. 마을의 풍년을 기원하는 농신제를 시작으로 모내기, 두레논매기, 지게가마 두레쌈놀이다. 모내기는 농부들 송악풍물두레 장단에 맞춰 두레춤을 추며 모심기 재현을 하는 것이다. 두레 논매기는 우모를 착용하고 호미없이 논매기를 한다. 이때 굿거리 장단에 맞춰 마을 전통 춤인 보릿고개 춤을 곁들인다.



지게가마 두레쌈놀이는 송악두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놀이다. 씨름과 풍물대결 등을 통해 마을의 승패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냥 쉽게 생각하면 마을 운동회야. 마을에 있는 냇가를 기준으로 아래와 위를 나눠 편을 갈랐어. 풍물가락 대결도 하고 논두렁에서 씨름도 했지. 풍물대결은 끝까지 흥겹고 신명나게 풍물을 치는 쪽이 이기는 경기였는데 박자를 놓치거나 풍물소리가 약하면 지는 경기였어.”



 정 단장은 어린시절의 기억을 이렇게 회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2002년 보존회 결성 무형문화재 지정이 목표



“민속놀이 송악두레에는 ‘한 박자 휘어가라, 그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바쁜 현대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얘기가 아닐까요.”



 박용선(49) 송악풍물두레논매기보존회장은 송악두레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마을 주민들의 기억에서도 점차 잊혀져 가던 송악두레를 다시 보존하고 계승하기로 한 시기는 지난 2002년. 마을에서 오랫동안 거주했던 주민들이 뜻을 모아 결성하기로 했다.



 “송악면은 61.19㎞로 아산에서 가장 넓지만 인구는 점차 줄어 아산에서 가장 적은 36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어요. 저희 마을을 특성화하고 대표 민속문화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남겨주고 싶어 만들게 됐죠.”



100여 명의 회원은 송악두레를 계승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시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무료로 공연을 펼쳤고 자체 행사도 꾸준히 열었다. 그 결과 충남도 대표 민속놀이로 지정받았고 한국민속예술축제(각 도에 1개 팀)에도 참여하게 됐다. 충남도 민속놀이가 이 축제에서 금상을 받은 것은 41년 만이라고 한다.



 “아산 줄다리기가 이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상보다 중요한 건 아산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우리 마을 전통놀이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거죠.”



 이들의 마지막 목표는 송악두레가 충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는 것이다. 그래야만 마을 고유의 민속놀이인 송악두레가 더 오래 계승되고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보존회가 10년 동안 송악두레를 지켜오고 있지만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하면 언젠가는 다시 역사 속에 묻힐 것 같아요. 회원들의 나이도 점차 많아지고 있어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야 후손에게 조상의 지혜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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