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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함으로 세계인 입맛 맞췄죠… 한식은 달고 맵고 짜요

중앙일보 2012.10.26 03:20 Week& 8면 지면보기
‘전통음식의 세계화’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는 말이다. 한 나라, 한 지역 고유의 맛을 세계인의 보편적인 입맛에 맞추는 것. 얼핏 ‘상극’으로 보이는 두 요소를 조화시킬 비법은 무엇일까. 그 답을 중국 상하이 번드 지역에 있는 고급 중식당 ‘왐포아 클럽(黃浦會)’에서 찾아봤다. 왐포아 클럽은 현지인에게도 관광객에게도 맛집으로 꼽히는 상하이의 유명 음식점이다. 그곳의 수석주방장 앨런 조우(周雪雷·36·사진)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의 왐포아 클럽 초청 행사를 위해 방한했다. 그에게 전통음식의 세계화 전략에 대해 물었다.


상하이 왐포아 클럽 수석주방장 앨런 조우

-‘왐포아 클럽’은 중국 전통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으로 유명하다. ‘재해석’이란 게 뭔가.



“전통요리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음식이 추구해야 할 첫째 덕목은 ‘건강한 음식’이다. 전통음식에서 이에 어긋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게 재해석의 가장 중요한 단계다. 또 전통음식에서 영감을 얻어 전통성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송로버섯이나 캐비아 같은 서양의 식재료를 활용해 맛을 더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재해석’의 예를 들어본다면.



“상하이 전통음식 중에 구운 파를 곁들인 생선요리가 있다. 기름에 튀기는 요리인데, 기름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생선을 튀긴 뒤 키친타월로 두 차례 눌러 기름을 빼고 오븐에서 다시 살짝 굽는다. 전통의 맛을 담백하게 재현해 왐포아 클럽의 인기 메뉴가 됐다. 또 원래는 민물고기 붕어로 만든 요리였지만 이젠 메로나 대구 등 고급 생선을 이용해 만들고 있다. 붕어에 가시가 많아 먹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왐포아 클럽의 음식을 두고 사람들은 ‘모던 중식’ ‘퓨전 중식’ ‘컨템퍼러리 중식’ 등의 말을 붙인다. 어떤 표현이 가장 적절한가.



“그냥 ‘해파(海派)요리’라고 부르고 싶다. ‘새로운 상하이요리’란 의미다. 전통 상하이요리를 기준으로 했지만 새로운 음식이다.”



-‘새로운 음식’이라면 전통의 색깔이 흐려진 건 아닌가.



“요리라는 건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 ‘정통’이라며 옛날 요리법을 그대로 따라해선 안 된다. 현대인에 맞게끔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대신 기존의 상하이요리가 갖고 있던 맛의 본질은 유지해야 한다. 소스의 기본적인 배합 비율을 지켜 맛을 살리라는 것이다. 다만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현대인의 취향을 고려해 향신료의 배합은 맞추되 양은 줄이는 게 좋다. 또 맛을 즐기는 방식을 현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엔 닭요리를 닭뼈째 내놓았지만 보기도 안 좋고 발라먹기도 번거롭다. 이젠 요리사가 미리 뼈를 발라 손님이 먹기 편하게 내놓는다.”



중국 상하이 ‘왐포아 클럽’의 대표 요리들. 1 캐비어를 올린 훈제 오리알. 차(茶)로 훈제해 오리알 특유의 비릿한 맛을 없앴다. 2 매콤한 칠리 소스를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바닷가재 요리. 3 닭고기 샐러드. 얼린 소홍주를 얹어 내놓는다. [사진 왐포아 클럽]


-왐포아 클럽을 비롯해 많은 식당이 동양요리를 서양식 코스요리로 내놓고 있다. 전채요리와 수프로 시작해 메인요리와 디저트로 이어지는 순서다. 꼭 그래야 할까.



“그 역시 현대인의 요구에 맞춘 변화다. 중국의 전통음식 문화에 따르자면 큰 접시에 담아 놓은 요리를 서로 나눠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젠 그런 방식을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 큰 접시를 가운데 놓고 먹으면 남는 음식이 많다. 음식 낭비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코스요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번이 첫 방한인데 한국음식은 먹어 봤나.



“명동과 동대문 등을 다니며 불고기·닭꼬치·닭갈비·전골 등을 먹었다. 그런데 모든 음식에서 맵고 달고 짠 맛이 강하더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조언을 한다면.



“단맛을 좀 줄였으면 좋겠다. 요즘 중국 사람들은 건강을 생각해 설탕을 많이 안 먹는다. 한국 사람들은 단맛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 또 음식 맛이 다 비슷비슷한데 소스를 다양하게 개발, 맛을 차별화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먹어 본 요리가 다채로운 한식의 일부분일 수는 있다. 그래도 음식이 전반적으로 매우면서 달거나 참기름에 소금 양념을 한 것, 이렇게 두 종류인 것 같다. 이러면 코스 요리를 짜기 힘들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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