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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NLL 논란 북한엔 망외의 소득 될 듯

중앙일보 2012.10.26 00:34 종합 32면 지면보기
강영진
논설위원
대선 정국의 최대 쟁점이 된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북한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기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모습일 것으로 상상한다. 북한이 서해상에서 여러 차례 도발한 것은 바로 NLL의 무력화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은 매번 북한에 대한 강한 반감을 자극했고 ‘NLL 사수’ 여론을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비해 이번에는 북한의 직접적 도발이 없는 상황인데도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으로선 망외의 소득을 챙길 기회가 아닐까.



 이번 논란이 커지기까지 북한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지난달 여섯 차례에 걸쳐 어선들이 NLL을 침범했지만 다섯 번은 우리 해군의 경고 통신을 받고 돌아갔고 마지막으로 지난달 21일엔 경고통신에도 응하지 않다가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적이 있다. 연이은 NLL 침범에 북한이 서해상에서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 도발은 없었다.



 경고사격이 있은 8일 뒤 북한 국방위원회는 우리 해군의 사격을 겨냥한 기자회견문을 내 새로운 주장을 폈다. “10·4선언에 명기된 서해에서의 공동어로와 평화수역 설정 문제는 북방한계선 자체의 불법무법성을 전제로 한 북남합의조치의 하나”라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가 북방한계선 존중을 전제로 10·4선언에서 합의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한 발언을 겨냥해 “북남 공동합의의 경위와 내용조차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이 발언은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뒤에 논란이 확대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이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4일 10·4선언 5주년 기념행사장에서 2007년 정상회담에 이은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김장수 장관이 NLL 문제와 관련해 경직된 태도를 보여 회담이 결렬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을 두고 다음 날 국방부 국정감사 때 논란이 일었지만 작은 소동으로 지나갔다.



 알려진 대로 NLL 논란이 확 커진 것은 지난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통일부 국감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앞에서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하면서부터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9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불법무법성’을 언급한 것이 바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냐며 문재인 후보를 향해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이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전격적으로 연평도를 방문해 NLL 사수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북한은 다시 국방위원회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되는 날까지 서해에는 NLL이 아니라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 군사분계선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보수세력들이 북방한계선 문제를 새로운 북풍조작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음모론을 폈다.



 이날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도 담화를 발표해 ‘NLL이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정전협정에 전면 배치되는 유령선’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태도에선 남쪽에서 벌어지는 NLL 논란을 자못 즐기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각종 성명과 보도를 쏟아내면서 NLL이 불법이라는 주장을 ‘마음껏’ 펴고 있는 것이다.



 NLL 논란에는 최근 새로운 논점이 추가됐다. 정몽준 의원이 지난 17일 NLL의 법적 성격을 독도와 비유하면서 NLL이 영토경계선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하면서부터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NLL은 헌법상 영토경계선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국회에선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NLL이 영토선의 성격을 갖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19일 “NLL이 영토선 개념으로 굳어져 있다”고 답변했고 류 장관도 24일 “헌법이나 남북관계 특수성에 비춰볼 때 NLL을 정확히 영토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에 준하는 실질적인 남북 간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NLL 논란은 대선 정국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문제를 두고 우리 사회가 이처럼 장시간 논란을 이어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국민들의 뇌리에 ‘NLL은 정말 큰 문제구나’라는 느낌이 각인될 것이다. 북한도 이번 일을 계기로 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도발과 주장을 강화할 것이 뻔하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시사 발언이 사실로 밝혀지기라도 하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질 것이다. 내년 새 정부는 NLL 문제를 두고 북한과 한층 더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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