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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범죄는 줄고 있다

중앙일보 2012.10.26 00:31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형사사법학
요즘 범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 등 강력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온 탓이다. 범죄가 급증하는데 뭐하느냐는 대책 촉구의 목소리 또한 크다. 그런데 실제로 범죄는 늘고 있을까. 범죄는 줄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착각과 환상 속에 살아왔다.



 범죄 발생은 흔히 경찰·검찰 등이 집계하는 공식통계를 통해 파악한다. 그런데 공식 범죄통계는 맹점이 있다. 모든 범죄를 포함하지 못한다. 많은 범죄가 공식 통계에서는 빠져나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공식 통계는 대부분 신고 위주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든 범죄를 신고하지 않는다. 공식 범죄통계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1998년 개인 범죄 신고율은 10.4%였는데 2010년에는 17.2%로 65% 이상 늘어났다. 범죄 신고율이 크게 늘어난 것은 휴대전화 보급의 급증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에서나 신고할 수 있으니까. 신고율이 증가했다는 얘기는 실제 범죄가 전혀 늘지 않았어도 범죄 발생 건수가 증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기간 중 공식 범죄통계는 오히려 0.5% 감소했다. 공식 통계의 암수범죄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피해자조사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개인 대상 범죄 피해율이 98년 114명에서 2010년에는 35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을 착각과 미몽에 빠뜨린 원인이 무엇일까. 우선 범죄통계를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한 채 발표하는 정부 당국 탓이 크겠고, 이를 합리적 의심과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 책임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범죄는 왜 줄고 있을까. 범죄 감소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범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범죄학자들은 흔히 청소년 인구 감소, 실업률 등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협력 치안 또는 치안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경찰만의 노력으로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순진하거나 무지한 생각일 뿐이다. 최근 20여 년간 한국은 물론 선진 각국에서도 범죄예방과 관련해 큰 변화가 있었다. 보안산업의 급성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 2만5000명 수준이던 경비업체 직원이 2010년에는 15만 명에 육박한다. 준 경찰관이 10만 명 이상 늘어난 셈이다.



 경비원 증가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CCTV·무인기계경비시스템과 같은 감시 장치의 급증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 저녁에 다시 돌아갈 때까지 수백 번 가까이 CCTV에 찍히는 게 현실이다. 특정 장소에 들어가려면 경보장치를 해제해야 한다. 그래서 감시 장치의 효과가 먹혀들기 쉬운 강도, 침입 절도와 같은 범죄가 크게 줄었다.



 조지 오웰이나 미셸 푸코, 게리 막스 등이 일찍이 경고했던 ‘감시사회’는 이미 도래했다. 프라이버시 침해를 비롯한 부작용이 적지 않지만, 새로운 보안 장치들은 적어도 특정 범죄의 예방과 통제에 있어서만큼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되는 사실은 모든 범죄가 줄어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살인·성폭행 발생률만 하더라도 일본 등 다른 선진 국가와 비교하면 턱없이 높다. 이런 충동성 범죄는 감시 장치 확대만으로는 막기 어렵다. 범죄에서도 양극화·차별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 유형별 맞춤형 대처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가 범죄의 증감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범죄대책은 범죄에 대한 환상과 착각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형사사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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