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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들인 서울시 중국어 홍보책자 비용 다 내고도 판권·수정권한 없어

중앙일보 2012.10.24 00:47 종합 18면 지면보기
계약기간 동안 중문판 외국어판의 원본·수정본과 요약본을 출판할 독점사용권을 중국 출판사에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 제2조에는 서울시가 책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수정해서는 안된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서울시가 2억원 가까이 들여 추진한 중국어 홍보책자의 출간계약서가 서울시에 크게 불리하게 작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출간 관련 비용을 서울시가 모두 부담하는데도 판권은 중국 출판사가 갖도록 돼 있는 등 문제조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중국 출판사 10년간 독점 사용권
계약서도 중국어로만 작성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마케팅담당관실과 중국 경공업출판사 간의 출간계약서에는 출판사 측이 책의 중문·외국어판 원본, 수정본 및 요약본을 출판하는 독점사용권을 10년 동안 갖도록 돼 있다. 계약서는 2011년 1월 초에 작성됐다. (중앙일보 10월 18일자 20면)



 계약서에는 또 서울시가 계약기간 동안에는 책 일부 또는 모든 내용을 조금이라도 수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가 저자이면서도 자신 명의로 된 책을 고칠 수 없다는 의미다.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조미선 서울시 글로벌마케팅팀장은 “계약내용이 불리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돈을 대는 서울시가 판권을 갖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책임만 져야 하는 매우 불리한 내용”이라며 “왜 이런 계약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계약서 작성과 검토 과정도 부실했다. 중국어로 된 계약서 4부만 작성하고 한국어판은 만들지 않았다. 계약서에 서명했던 김진만(당시 국제협력과장) 서울시 평가담당관은 “계약서가 중국어로만 돼 있어 담당 직원의 구두설명만 듣고 사인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비영어권 국가와 계약을 할 때는 양쪽 언어나 영어로 계약서를 만드는 게 통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출간비용 6000만원을 이미 중국 측에 완불했으나 책은 계약일을 20개월 넘기고도 출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박진영 서울시 관광사업과장은 “홍보책자는 나오면 되는 거고 절차는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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