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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만 명은 보험료 10년 다 내고도 장애연금 못 받아

중앙일보 2012.10.23 08:54 종합 12면 지면보기
국민연금의 전업주부 차별 때문에 피해를 보는 남성도 의외로 많다. 국민연금공단이 민주당 최동익 의원에게 제출한 배우자 소득이 있는 전업주부 적용 제외자 538만6815명 중 남성이 229만2015명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서 실직과 재취업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 게 주요 원인이다. 맞벌이를 하다 남편이 실직해 전업주부가 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김포시 이모(55·회사원)씨는 지난해 10월 남편이 사망하면서 남편이 낸 보험료(1129만원)를 돌려받았다. 남편이 9년 넘게 보험료를 냈지만 사망 5개월 전 실직하면서 전업주부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규정이 없으면 이씨는 매달 17만5230원(평균수명 84세까지 6430만원)의 유족연금을 받았을 것이다.


국민연금 업그레이드 (상) 제도는 24년째 제자리
국민연금 차별에 우는 ‘전업주부’
미혼·이혼자는 한 번이라도 내면
장애·유족연금 둘 다 나오는데 …

 10년 이상 비교적 장기간 보험료를 낸 58만3753명은 더 억울하다. 이들은 연금을 탈 수 있는 최소납입기간 10년을 채웠는데도 전업주부 적용제외자라는 이유로 다치거나 병이 생겨도 장애연금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60세에 일반적인 연금, 즉 노령연금을 받는다.



 납부예외자 제도도 전업주부를 화나게 한다. 납부예외자는 실직·휴직·사업중단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다. 보험료를 낸 적이 있는 납부예외자는 310만 명이다. 미혼·이혼 상태이거나 배우자가 소득이 없는 사람들이다. 보험료를 내다 지금은 안 낸다는 점에서는 전업주부 적용 제외자와 다를 바 없지만 단 한 번만 보험료를 내도 장애·유족연금 혜택이 있다. 충남 서천의 정모(70·여)씨는 2004년 아들(41)이 숨지면서, 부산광역시 박모(56·여)씨는 남편이 숨지면서 각각 29만원, 28만원의 유족연금을 받는다. 숨진 두 사람 다 납부예외자였다.



 다만 전업주부 적용제외자라도 보험료를 10년 이상 낸 사람은 유족연금만 받는다. 하지만 보험료 미납기간이 3분의 1이 넘으면 받지 못한다. 3월 남편이 숨진 변모(50)씨는 남편이 보험료를 177개월 내고 90개월은 내지 않아 혜택을 보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장기 가입자를 푸대접한다. 대구시 달성군 정모(49)씨와 충북 보은군 김모(39)씨는 장애연금(월 58만원)이 비슷하다. 하지만 정씨는 보험료로 1690만원(22년 4개월)을, 김씨는 8만9100원(1개월)을 냈다. 장애연금은 보험료 낸 기간이 20년이 못 돼도 그만큼 낸 것으로 간주하고 산정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차별은 더 문제다. 대구시 동구 황모(55)씨는 2010년 9월 실직 두 달 만에 사망했지만 유족연금이 생기지 않았다. 실직 이후 기초수급자로 전락하면서 적용제외자가 됐기 때문이다. 한신대 배준호(경제학) 교수는 “국민연금이 가입자에게 너무 인색하게 설계돼 있다. 돈이 좀 더 들더라도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령연금=연금 보험료를 10년 이상 내면 60세에 받는 일반적인 연금을 가리킨다. 10년이 안 되면 반환일시금으로 한꺼번에 받거나 60세가 넘어서도 보험료를 계속 납부해 10년을 채우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액은 자기가 낸 돈과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따져 결정한다.



◆장애연금=연금 가입기간 중 발생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장애가 생긴 사람에 대해 지급되는 연금. 장애 정도(1~3급)와 소득수준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된다. 과거 연금을 낸 적이 있어도 적용 제외자 신분에서는 장애연금을 받을 수 없다.



◆유족연금=연금 수급권자나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생계를 같이하고 있던 유족에게 지급하는 연금. 배우자·자녀·부모·손자녀·조부모의 순으로 우선권이 있다. 사망자가 적용 제외자였다면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연금 미납기간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아야만 지급한다.



◆적용 제외자=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 18~27세 미만의 학생·군인, 연금 가입자의 소득이 없는 배우자, 다른 공적연금 가입자, 기초생활수급자, 퇴직연금 등의 수급자 등이다. 적용 제외자는 가입자 신분이 아닌 만큼 장애를 입어도 장애연금을 받을 수 없고, 사망해도 유족연금 지급에 제한을 받는다.



◆납부 예외자=실직·재해·사고 등으로 연금보험료를 내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경우 일정 기간 납부를 유예한 상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가입 중인 것으로 인정돼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게 되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밀린 보험료를 나중에 납부해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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