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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배우며 동화책 보며 닫았던 마음 활짝

중앙일보 2012.10.23 04:04 6면
바야흐로 ‘힐링’과 ‘테라피’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는 시대다.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그만큼 치유하고 치료해야 할 상처가 많다는 것을 뜻하리라. 천안·아산에도 음식과 책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이 개설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힐링’ 프로그램 테라피 강좌 인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아산농업기술센터의 푸드아트테라피(왼쪽)와 충남평생교육원의 아트테라피 수업 모습.


아산농업기술센터 ‘파티를 위한 유럽식 푸드테라피’



18일 아산농업기술센터 조리실습교육실. 이날은 ‘파티를 위한 유럽식 푸드테라피’를 주제로 증편으로 만드는 떡샌드위치와 모카빵샌드위치, 모둠 까나페를 만드는 날이었다. 일반 요리강좌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최경애(53) 강사의 요리 시연은 특별했다. 요리를 하기 전에 먼저 가을 소품들을 응용해 푸드스타일링을 시작한 이후 음식을 조리하기 때문이다. 식재료의 설명과 요리 방법까지 꼼꼼하게 듣고 난 후 요리 실습이 시작되자 교육생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4명씩 팀을 이룬 교육생들은 마치 ‘놀이’를 하듯 요리를 시작했다. 집에서 가져온 테이블 매트와 손수건부터 교육받으러 오는 길에 꺾었다는 억새와 노란 들국화를 꺼내 수줍게 테이블 위에 놓았다. 다기를 꺼내어 꽃을 꽂는가 하면 예쁘게 포장한 와인병과 스카프를 배치하며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꾸미는 팀도 있었다.



아산 영인에서 왔다는 윤규제씨는 “요리를 배우는 일도 즐겁지만 여러 가지 소품을 이용해 생각을 표현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희자(71)씨는 “완성작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가족들에게 전송하면 딸과 며느리가 너무 부러워한다”며 “새로운 요리를 배우면서 끊임없는 상상을 하니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 9월부터 3개월 간 32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10회에 걸쳐 푸드아트테라피반 강좌를 개설해 운영해 오고 있다. 푸드테라피란 ‘음식(Food)’과 ‘치료(Therapy)’의 합성어로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웰빙푸드를 뛰어넘는 보편화된 개념이다. 자녀와 배우자는 물론 이웃과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푸드아트테라피까지 다양한 요리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꾸준히 강좌를 듣고 있는 교육생 중에는 "사춘기를 겪으며 힘들어하는 자녀와 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눠 먹으며 갈등을 풀어나가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기술지원과 이미용 생활문화팀장은 “좋은 식재료를 이용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푸드아트테라피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많아 놀랐다”며 “교육과정이 가족과 이웃 간의 소통과 관계 개선의 치료제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충남평생교육원 ‘동화로 만나는 아트테라피’



천안 목천의 충남평생교육원에 개설된 ‘동화로 만나는 아트테라피’는 동화책을 읽고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는 통합놀이 프로그램이다. 같은 날 오후 네 시. 평생교육원 어린이 자료실 옆 책사랑방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곧이어 고은영 강사가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라는 동화책을 펼치자 초등학교 1~3학년으로 구성된 20명의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에 빠져 들어갔다. 호랑이에게 잡혀있는 예쁜 아가씨를 구하기 위해 갑돌이와 여섯 친구들이 힘을 합치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은 동화를 듣고 나서 ‘팥죽할멈과 호랑이’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나 같으면 귀신을 데리고 가서 예쁜 아가씨를 구해내겠다’는 재치 있는 이야기를 하며 나름대로의 감상평을 풀어놨다. 책 읽기가 끝나자 컬러믹스로 ‘동화 속 캐릭터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캐릭터 만들기에 열중했다.



 고은영 강사는 “처음에는 서먹하고 말이 없던 아이들이 아트테라피 수업을 받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열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며 “표현해 내는 작품도 훨씬 밝고 다양해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충남평생교육원의 이경구 문헌정보실장은 “상반기에 처음 강좌를 개설한 이후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꾸준한 인기로 하반기까지 강좌를 이어오게 됐다”며 “‘책 읽는 충남 교육’의 일환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책 읽기 체험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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