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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부만 차별? 미혼·이혼女는…충격

중앙일보 2012.10.23 03:00 종합 1면 지면보기
국민연금에 가입해 질병·부상으로 장애가 생기면 본인이 장애연금을, 사망하면 가입자의 배우자·자녀가 유족연금을 받는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돕는 사회안전망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를 붓고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배우자는 일을 하고 자신은 일을 그만두면서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전업주부가 되는 경우다. 남녀 구분이 없다.


일하다 그만둔 전업주부 다치거나 숨지면 연금 0
24년 된 국민연금의 모순
남녀 주부 538만 명 사각지대
자꾸 느는데 제도는 그대로

 경기도 안양의 유모(48·여)씨는 1999년부터 10년 이상 조그만 식당을 운영했다. 2010년 11월 식당을 그만두고 집안일을 했다. 유씨는 노후를 대비해 매달 연금보험료를 부었다. 그러다 이듬해 3월 지병으로 숨졌다. 남편 김모 (50·회사원)씨는 아내가 9년11개월이나 보험료를 냈기 때문에 당연히 유족연금을 받을 줄 알고 국민연금공단에 신청했다. 그런데 연금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아내가 낸 보험료에다 이자를 보태 1161만원을 일시불로 돌려받았다. 아내가 사망 당시 전업주부여서 국민연금에서 제외됐다(적용제외자)는 것이 연금공단의 설명이었다.



 
이처럼 직장생활이나 자영업을 하며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다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 전업주부가 되면 유족연금과 장애연금이 사라진다. 60세가 되면 받게 되는 일반노령연금과 달리 유족·장애연금은 20~50대에도 나오는데 일을 하다 그만둔 전업주부는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올 6월 말 현재 이런 사각지대에 빠진 전업주부가 538만6815명이다. 여자가 309만 명으로 57%다(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 국감자료).



 반면 미혼이나 이혼 상태에서 보험료를 한 번 냈는데 다치거나 숨지면 혜택을 본다. 서울 동대문구 홍모(28·여·미혼)씨는 2008년 11월 입사 1년 만에 사고를 당해 매달 51만3470원의 장애연금을 받고 있다.



 전업주부 차별 제도는 88년 국민연금 시행 때부터 있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미미할 때 남편 연금에 기대 사는 것을 전제로 도입했다. 일하는 20~50대 여성은 88년 603만 명에서 지난해 902만 명으로 증가했는데 제도는 그대로다.



중앙일보가 2010년(10월 7일자 22면) 처음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부는 24년 된 낡은 제도의 모순을 방치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만 사각지대 전업주부가 60만 명 늘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문제점이 지적됐는데 논의를 제대로 못했다. 추가 재정 등을 감안해 내년에 개선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적용제외 제도를 없애거나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낸 사람에게는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전업주부=전업주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직장·지역 가입자의 배우자로서 소득이 없으면 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때문에 보험료를 낸 적이 있는 기혼자들이 불이익을 본다. 정부는 이들을 전업주부로 지칭하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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