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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포병 실사격 직전까지…한때 충돌 위기

중앙일보 2012.10.23 03:00 종합 2면 지면보기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22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진입을 막는 경찰에 항의하며 자유로 당동IC 부근에서 대북 전단을 뿌리고 있다. [뉴시스]


마주 보고 달리던 열차가 겨우 정면충돌을 피한 형국이다. 22일 17개 탈북자 단체로 구성된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북민련)의 대북 비난 전단 살포를 둘러싼 남북의 군사적 긴장국면이 그렇다. 북민련이 전단을 담은 풍선을 임진각에서 띄워 보내려 하자 남북 양측 포병은 한때 실사격 직전에까지 이르렀다.

[뉴스분석] 남북 실사격 위기서 ‘멈춰’… 전단 살포 일단 막은 정부
포신 연 북 … 남측 다연장로켓 대기
미국 “풍선에 폭탄 대응은 안 맞아”
탈북단체 전단 막을 법 없지만 정치 이벤트가 충돌 빌미 줄 수도



 북한군은 전날 오후부터 최전방 포병부대의 견인포와 자주포의 포신을 열어 놓고, 방사포도 발사 대기시킨 정황이 군 당국에 포착됐다. 우리 군도 대포병 탐지 레이더를 가동하고 다연장로켓(MLRS) 등 대응 전력을 동원했다. 이 상황을 미국 정부도 예의 주시했다. 중국을 방문한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북한이) 풍선에 폭탄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북한엔 위협 중단을, 한국엔 절제를 각각 촉구했다.



 그동안 우리 군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시종일관 도발 원점을 타격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최근에는 지원세력, 지휘부까지로 응징범위를 넓혔다. 북한 역시 자신들의 체제를 비방하는 전단 살포의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반복해 왔다. 강(强) 대 강의 ‘치킨게임’ 성격이 짙었다.



 우리 군엔 또 다른 도발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확고한 원칙과 명분이 있었다. 그 선에서 물러설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긴장국면은 성격이 좀 달랐다. 긴장의 직접적 원인이 남북한 당국이 아닌 민간 탈북자 단체였다는 점에서다. 양측의 긴장이 팽팽해진 상황에서 탈북자 단체들의 행사는 자칫 군사적 충돌을 촉발시킬 수도 있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공격해온다면 응징할 태세는 갖췄지만 민간인들이 나서서 먼저 군사적 긴장을 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민도 크다. 북한의 세습체제와 폭정을 비난하는 전단 살포를 봉쇄하기는 어렵다. 법적 근거도 없고, 명분도 약하다. 북한의 위협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놔둘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사소한 자극 하나가 군사충돌을 부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단체의 정치 이벤트가 충돌의 방아쇠가 돼선 곤란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가 북한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북자 단체들은 군사충돌을 불사한 채 전단 살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민 북한자유방송 대표는 “북한을 비판하는 것은 정의고, 이에 대한 북한의 위협은 부정의”라며 “정의와 부정의의 싸움에서 밀릴 수 없으므로 기회 있을 때마다 전단을 살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리 소문 없이 전단을 보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징적인 의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민련이 22일 저녁 북서풍 탓에 북한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작은데도 강화도로 이동해 12만 장의 전단을 날린 건 그 같은 상징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주목을 받기 위한 정치적 성격이 짙다”며 “많은 탈북자 단체가 생겨났고 탈북자 국회의원(조명철·새누리당)도 나온 상황에서 법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국제 이슈화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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