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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1연금 → 1인1연금 바꿔야”

중앙일보 2012.10.23 03: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전업주부 적용제외자나 중복연금 삭감 문제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제도다. 정부도 2004년 중복연금 삭감을 일부 완화했을 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과 가입자 반발 무마에 집중해 왔다. “또 다른 세금이다” “기금 고갈로 연금을 못 받는다” 같은 불만이 쏟아지자 정부는 2007년 제도를 손질하면서 기금 고갈 시기를 2047년에서 2060년으로 늦췄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감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연금 적용제외자 문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2010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희목(비례대표) 의원이 적용제외자의 불이익을 줄이는 법률개정안을 제출했을 때도 당시 정부와 국회 모두 “돈이 많이 든다”고 반대했다. 이 법안은 논의도 제대로 못해 보고 폐기됐다. 정부가 전업주부 차별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 그때(2010년)이니 제도 시행 22년 만인 셈이다.


국민연금 업그레이드 (상) 제도는 24년째 제자리
전문가들이 보는 개선책
“결혼 여부 따라 연금 차별 안 돼
보험료 냈다면 자격 인정해줘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적용제외자와 중복연금 삭감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연금학회 방하남(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회장은 “노후 소득보장의 기본 중의 기본인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내고도 혜택을 못 받는) 적용제외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연금 선진국인 외국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적용제외자·납부예외자 제도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기혼·이혼 여부에 따라 여성의 연금 지위가 달라지는 것은 후진적”이라며 “보험료를 냈다면 (장애·유족연금 혜택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연금체제는 가구 중심이다. 남편이 돈을 벌면 여성은 연금에 가입하지 말고 남편 연금으로 살자는 생각을 깔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 김성숙 원장은 “소득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늘었으니 이제는 현행 ‘1가구 1 연금’ 체제에서 ‘1인 1연금’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전업주부든 일을 하든 관계 없이 모두 연금에 가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전업주부 차별 문제는 해결된다.



 현재 틀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주장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적용제외자라도 연금 가입기간이 길 때는 혜택을 주고, 기혼자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장애·유족연금 대상이 늘면 국민연금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법은 내년에 연금재정을 다시 따지고 제도를 바꾸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여기에서 적용제외자, 중복연금 조정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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