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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이라니… 국민연금 10년 부은女 '황당'

중앙일보 2012.10.23 03:00 종합 12면 지면보기
19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국민연금공단 관악동작지사에서 박래수(59·오른쪽)·강춘옥(54)씨 부부가 신용규 대리로부터 노후설계 상담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에 사는 서모(61·여)씨 부부는 젊어서 각각 연금에 들어 10년 이상 보험료를 부었다. 덕분에 서씨가 57세부터 미리 받은 조기노령연금과 남편의 일반 노령연금을 합쳐 남편이 사망하기 전인 지난해 5월까지 3년간 매달 143만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남편(63)이 죽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남편의 유족연금과 본인 연금(49만원) 두 개가 동시에 서씨한테 돌아왔다. 국민연금공단은 “한 사람이 둘 다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자신의 연금은 포기했다. 그러자 연금이 73만원으로 깎였다. ‘1+1=1’이 된 것이다.

국민연금 업그레이드 (상) 제도는 24년째 제자리
배우자 사후 유족연금 받으면 본인 연금은 전액 삭감
중복되면 깎이는 국민연금
자기가 부은 연금 받기로 하면
유족연금은 20%밖에 안 줘



 이처럼 국민연금은 한 사람이 두 종류 이상의 연금을 온전히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이른바 ‘중복연금 삭감제도’다. 8월 말 현재 국민연금에 함께 가입한 부부는 214만5000쌍이다. 이들은 잠재적인 중복연금 조정 대상이다. 이미 43만4500명은 중복연금이 삭감됐다(새누리당 김희국 의원 국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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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흔한 경우가 서씨 부부 사례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숨지고 배우자에게 사망자의 유족연금과 자기 노령연금이 돌아오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노령연금이란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한 사람이 60세에 받는 연금이다. 서씨처럼 유족연금을 선택하면 자기 노령연금이 전액 삭감된다. 자신의 연금을 받기로 하면 배우자 유족연금은 20%만 받는다. ‘1+1=1.2’가 되는 셈이다. 2년 전 암으로 남편을 떠나 보낸 50세 여성은 “연금이 이렇게 많이 깎일 줄 알았으면 민간보험에 들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유는 이렇다. 그녀는 남편 사망 한 달 후부터 유족연금(48만원)을 받고 있다. 자신도 20년 이상 보험료를 냈으므로 13년 뒤 월 55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그때는 남편 유족연금을 20%(월 9만6000원)밖에 받을 수 없다.



 산업재해보험과 국민연금 간에도 중복연금이 삭감된다. 직장에서 일하다 다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장해급여를, 국민연금에서는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장애연금은 절반이 깎인다. 김모(55)씨는 이 규정 때문에 장애연금이 53만7000원으로 반 토막 났다. 직장인이 산업재해로 숨지면 산재의 유족급여와 국민연금의 유족연금이 나오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에 따르면 매년 4만3000여 명이 이런 일을 당한다.



 중복연금을 깎는 이유는 국민연금이 위험을 함께 분담하고 혜택을 나누는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을 제한한다. 공무원연금도 중복연금을 조정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그 삭감비율이 국민연금보다 낮다. 공무원연금은 유족연금과 자기 연금이 겹치면 유족연금을 절반만 깎는다.



 중복연금 조정은 나라마다 다르다. 캐나다·프랑스·영국 등은 겹친 연금을 모두 지급하고, 독일·벨기에 등은 두 연금의 합산액 상한선을 정해놓고 깎는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두 개의 연금을 다 지급할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감액 수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제안한다. 노후소득 상당 부분을 보장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두 개의 연금을 합하더라도 그리 많지 않아서다. 가정주부도 국민연금에 가입해 노후 대비를 하도록 정부가 권고하는 마당에 부부 중 한 사람 몫을 20%밖에 주지 않거나 전액 삭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두 사람 몫의 연금으로도 노후 대비가 충분치 않은데 국민연금은 중복될 때 너무 많이 깎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액 대상을) 고액 자산가로 한정하거나, 독일처럼 자신의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합산액이 일정 수준을 넘을 때만 감액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령연금=연금 보험료를 10년 이상 내면 60세에 받는 일반적인 연금을 가리킨다. 10년이 안 되면 반환일시금으로 한꺼번에 받거나 60세가 넘어서도 보험료를 계속 납부해 10년을 채우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액은 자기가 낸 돈과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따져 결정한다.



◆장애연금=연금 가입기간 중 발생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장애가 생긴 사람에 대해 지급되는 연금. 장애 정도(1~3급)와 소득수준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된다. 과거 연금을 낸 적이 있어도 적용 제외자 신분에서는 장애연금을 받을 수 없다.



◆유족연금=연금 수급권자나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생계를 같이하고 있던 유족에게 지급하는 연금. 배우자·자녀·부모·손자녀·조부모의 순으로 우선권이 있다. 사망자가 적용 제외자였다면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연금 미납기간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아야만 지급한다.



◆적용 제외자=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 18~27세 미만의 학생·군인, 연금 가입자의 소득이 없는 배우자, 다른 공적연금 가입자, 기초생활수급자, 퇴직연금 등의 수급자 등이다. 적용 제외자는 가입자 신분이 아닌 만큼 장애를 입어도 장애연금을 받을 수 없고, 사망해도 유족연금 지급에 제한을 받는다.



◆납부 예외자=실직·재해·사고 등으로 연금보험료를 내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경우 일정 기간 납부를 유예한 상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가입 중인 것으로 인정돼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게 되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밀린 보험료를 나중에 납부해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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