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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롬니 TV대결로 본 ‘토론의 기술’

중앙일보 2012.10.23 01:32 종합 10면 지면보기
오바마(左), 롬니(右)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공화당 밋 롬니 후보가 플로리다주 린대학에서 3차 TV토론으로 맞붙는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토론에는 미국 유권자뿐 아니라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양쪽이 1, 2차 토론에서 각각 1승씩 챙긴 상황.

공격엔 공격으로 … 설명 길어지면 진다



LA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 분석을 바탕으로 토론의 기술과 묘미를 짚어봤다.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도 적용될 공식이다.



1 초반 30분이 토론을 지배한다



첫 토론이 진행된 지난 3일 롬니는 시작 종이 울리자마자 감세와 재정 적자 문제로 오바마를 몰아붙였다. 오바마는 변변한 반격 한 번 못하고 90분 내내 끌려다녔다. 16일 2차 토론에선 상황이 역전됐다. 실업 대책에 관한 첫 질문이 나오자마자 오바마는 “롬니가 내세운 5개 공약은 사실은 최상류층을 위한 계획”이라고 맹공을 펼쳤다. 토론 전문가들은 처음 발언이 가장 돋보이는 이런 현상을 ‘초두성 효과(primacy effect)’로 설명한다.



2 상대의 말에 공격거리가 있다



1차 토론에서 정부 보조금 삭감을 주장하며 공영방송 PBS의 사랑받는 아동 프로그램 캐릭터 ‘빅 버드’를 끌어들였다가 한동안 구설에 올랐던 롬니는 2차 토론에서도 ‘여성들로 가득 찬 바인더’ 발언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오바마는 이런 단어 선택의 부적절함을 부각시키며 양성 평등에 대한 롬니의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3 통계와 숫자를 기억하라



1차 토론에서 롬니의 무기는 숫자였다. 자신 있게 읊어대는 경제 관련 통계치에 오바마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2차 토론에서는 오바마가 항목별로 롬니를 공략했다. 실업 대책으로 시작해서 롬니의 상류층 위주 대책-두루뭉술한 세제 개혁 정책-부유층의 낮은 소득세율 등으로 연결시키며 차근차근 매서운 펀치를 날렸다. CNN은 “오바마가 롬니의 면전에 아예 브리핑 북을 던져버렸다”고 평가했다.



4 설명하고 있다면 지고 있는 것이다



2차 토론 때 오바마가 “크라이슬러와 GM 등에 대한 구제에 반대했던 것이 맞냐”고 묻자 롬니는 “맞다”고 답했다. 실수였다. 취지가 어쨌든 국민을 돕는 데 인색한 냉혈한처럼 보일 수 있는 답변이었다. 롬니는 그 후 계속해서 “위기를 극복한 민간 기업의 선례를 본받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 “그렇게 파산을 이겨내야 더 강해질 수 있다” 등 부연 설명을 내놨으나 관중석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5 공격엔 공격으로 맞서라



외교·안보 분야에서 오바마에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롬니는 2차 토론에서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테러를 물고 늘어졌다. “오바마 행정부가 처음에는 시위대의 난동이라고 오판했다”는 지적이었다. 갑자기 오바마가 ‘어딜 감히’라는 눈빛을 보내더니 “미국인의 희생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하지 마라”고 꾸짖었다. 허핑턴포스트는 “이때 롬니의 표정에 분노가 스쳤고, 롬니가 깨끗하게 당한 이 순간을 ‘벵가지 모멘트’”라고 전했다.



6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처럼 보여라



토론에서는 작은 보디랭귀지도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1차 토론 때 롬니는 질문을 하며 오바마를 똑바로 응시했다. 자신감과 열정 그 자체였다. 반면 오바마는 롬니의 질문을 들으면서 계속 단상을 내려다보고, 질문을 할 때도 롬니가 아닌 사회자나 카메라를 쳐다봤다. 대통령보다 더 대통령다워 보였던 롬니의 완승이었다. LA타임스는 “말로 설득하지 못한 이들을 보디랭귀지로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토론”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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