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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삼천-망국의 꽃’

중앙일보 2012.10.23 01:22
뮤지컬 ‘삼천’에서 의자왕을 연기하는 정상윤과 연화역의 최주리.
안방극장에 사극 열풍이 불고 있다. 정통사극부터 시간을 오가는 퓨전사극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공연가도 예외가 아니다. 연극과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극작품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26일 막을 올리는 창작뮤지컬 ‘삼천-망국의 꽃(이하 삼천)’도 이 중 하나다. 삼천은 첫 티켓 오픈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할 만큼 오픈 전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3000명의 궁녀가 아닌 한 사람을 사랑한 의자왕 이야기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을 재조명한 뮤지컬 ‘삼천’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낸 ‘팩션’이다. 고루한 역사 이야기에서 벗어나 긴장감 있는 내용과 시적인 대사,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속도감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극은 641년 백제의 왕으로 즉위한 의자왕이 정치적인 변혁을 단행하며 왕권 강화를 꾀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의자왕은 신라를 수 십 차례 공격하며 무리한 전쟁을 강행한다. 이 과정에서 백제 명장 예식 장군과 진 장군의 갈등이 시작된다. 백제에 가족을 잃고 복수심으로 궁에 들어온 신녀 화야는 연화를 이용해 의자왕을 무너뜨리려 한다. 연화는 계획대로 의자왕의 마음을 얻지만 장군 진에게 운명적 사랑을 느낀다. 신라와의 마지막 전쟁을 앞두고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지고 의자왕, 예식, 진, 화야는 각각 다른 선택을 내린다.



 삼천의 관람 포인트는 ‘인물’이다. 먼저 우리가 알고 있던 의자왕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의자왕은 3000명의 궁녀를 거느리고 향락과 사치에 빠져 백제를 멸망시킨 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뮤지컬 ‘삼천’의 의자왕은 강인하고 신념이 강하다. 또한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탓에 사랑조차 뜻대로 할 수 없는 비운의 왕이다.



 의자왕을 연기하는 배우 정상윤도 연기할 때 이 부분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삼천에서의 의자왕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라며 “왕권 강화를 위해 친지들을 숙청하며 외롭고 고독한 길을 가는, ‘아픈’ 왕”이라고 소개했다. 정상윤이 부르는 ‘왕의 노래’에는 이러한 의자왕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상윤은 “왕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내고, 왕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의자왕이 사랑한 여인이다. 연출을 맡은 서윤미씨는 “몇 해 전 백제의 사비궁 개막전 행사를 총괄 연출하면서 백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의자왕이 삼천 궁녀를 거느렸다는 역사 진술은 패망한 백제를 향한 승자들의 폄하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천 궁녀가 3000명이 아니라 만물을 의미하는 불교용어 ‘삼천’에서 유래된, 단 한 명의 궁녀라면 어떨까 상상해봤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신라의 장군 김유신과 백제의 간신 임자에 의해 궁에 들어와 의자왕을 현혹했다고 알려진 금화라는 여인에서 모티브를 찾았다. 상당수 역사 연구가들도 3000명의 궁녀가 당시 역사적, 지리적 여건으로 불가능했으며 백제의 역사를 폄하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삼천’은 다양한 볼거리도 빼놓을 순 없다. 백제시대의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한 의상과 왕실 배경은 현대 감각에 맞춰 재해석했다. 또한 국악계의 젊고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모인 4인조 국악 밴드의 역동적인 라이브 연주가 극의 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국악의 매력을 전한다. 한편, ‘삼천-망국의 꽃’은 2013년 1월 20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에서 공연한다. R석은 6만원, S석은 4만원이다. 26일부터 31일까지 프리뷰 공연에 한해 R석 3만5000원, S석 2만5000원의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 문의=02-736-8289





<글=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사진=PMC프러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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