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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매출로 본 강남 소비자 트렌드

중앙일보 2012.10.23 01:20
올해 키엘 울트라 훼이셜 크림 점보 사이즈 한정판. 이번 캠페인은 ‘한국의 고궁을 위한 오래된 나무 살리기’다. 유홍준 교수, 배우 엄기준·여진구, 미스코리아 진 이지선이 참여했다.



고가 명품보다 제품 가치·명분 더 중시
‘ 강남 스타일 화장품’은 뉴럭셔리 키엘

 강남 소비자들은 어떤 화장품을 쓸까. 강남지역 주요 백화점의 매출 집계 결과에 따르면 키엘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의 경우 올해 화장품군 중에서는 키엘이, 명품·잡화군에서는 샤넬이 1위였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도 화장품 중에서는 키엘이 가장 많이 팔렸다. ‘트렌드 메카’로 불리는 갤러리아 압구정점과, 백화점 중 가장 매출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신세계 강남점에서 모두 1위를 했다는 것은 강남 소비자의 키엘 소비량을 짐작하게 한다. 강북 롯데백화점은 설화수, 루이비통이 각 분야 1위였다.



 다른 입점 브랜드들의 반발을 우려해 순위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여타 강남권 백화점들도 키엘과 샤넬(명품·잡화군)의 파워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한 백화점관계자는 “키엘의 1위 질주에 대해 해가 거듭될수록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키엘은 최근 몇 해간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갤러리아 압구정점은 2003년 키엘이 국내 처음 문을 연 매장으로, 2007년 이후부터 키엘은 1·2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고급스런 이미지를 목숨처럼 여기는 ‘백화점 1층 브랜드’들 중, 가격대가 저렴한 편에 속하는 키엘이 매출 1위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키엘 측은 “강남 사람들이 무조건 비싼 화장품을 좋아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다른 곳보다 강남지역에서 키엘의 판매실적이 더 좋다”고 밝혔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예전엔 고가 정책이 먹혔지만 지금 강남에서는 명분이 있어야 구매를 하는 ‘가치 소비’ 성향이 나타난다”며 “브랜드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소장 가치를 생각하는 ‘뉴럭셔리’ 성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품군 중에서는 샤넬과 함께 에르메스, 루이비통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샤넬의 ‘1위’ 순위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샤넬은 매장 규모와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제품 수량 또한 엄격하게 관리해 희소성을 잃지 않도록 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샤넬은 단골고객이 많아 신제품이 들어오기 전 대부분 수요 예측이 끝난다”며 “이를 기반으로 사입 물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는 경우는 없다”고 귀띔했다. 이런 전략이 강남 사람들에게 다른 명품 브랜드들보다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합리성과 브랜드 이미지로 신뢰받은 키엘



 키엘 역시 강남 소비자들 ‘가치 소비’의 수혜자다. 중가의 가격대이지만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 제품력이 소비자를 움직였다. 전문가들은 “160여 년 역사와 지속적인 사회 환원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도를 줬다”며 “특히 울트라 훼이셜 크림은 품질이 좋은 데다 합리적인 가격이어서 특별한 가치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사실, 키엘이 처음 국내에 소개된 것은 1999년 이었다. 당시엔 고가 브랜드로 포지셔닝 돼 로드샵 중심으로 판매됐다. 이후 로레알그룹이 키엘을 인수하면서, 국내 로드샵은 접고 2003년 백화점 채널로 유통을 시작했다. 당시만해도 고가제품 일색이었던 백화점 1층에서 키엘은 ‘이단아’였다. 브랜드들 사이에서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있었고, 백화점 관계자들도 ‘과연 먹힐까’하고 걱정했다.



 키엘 성공의 중심에는 울트라 훼이셜 크림이 있다. 2006년 이 제품이 출시된 후 키엘에 대한 걱정들은 말끔히 사라졌다. 사용해본 사람들의 입소문 덕분에 별다른 광고 없이 무료 샘플링만했을 뿐이었음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 제품은 매해 전년 대비 평균 300~400% 이상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08년에는 롯데·현대·갤러리아백화점과, 롯데·신세계·H몰·갤러리아 온라인 쇼핑몰과 함께 한 미디어 조사에서 브랜드 성장률 1위·온라인 쇼핑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울트라 훼이셜 크림은 올해로 총 400만개가 팔렸다. 출시 후 1년에 57만개, 하루 1500여 개를 판 셈이다. 이를 밀리언셀러로 만들어 낸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점보사이즈 한정판이다. 키엘은 2009년부터 매해 겨울이면 ‘한국의 오래된 나무 살리기’를 주제로 유명 셀러브리티들과 함께하는 캠페인을 펼친다. 이 때 4종의 한정판 제품을 내놓고, 수익금 일부를 비영리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이 한정판 제품들은 브랜드 전체 매출의 5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매해 바뀌는 참여 셀러브리티와, 한정판의 독특한 용기 디자인 때문에 출시를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일러스트=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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