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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부녀회·고교생 밴드도 생겼어요

중앙일보 2012.10.23 00:59 종합 30면 지면보기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이곡리 폐교를 지역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감자꽃스튜디오’ 이선철 대표. [신인섭 기자]


“여기 온 지 올해가 만 10년이에요. 제가 봄에는 읍민대상을, 가을에는 군민대상을 받았답니다. 더구나 군민대상은 지역개발 부문으로 받았어요. 문화가 지역개발의 동력이 된다는 인식이 생긴 게, 문화가 우리 마을에 도움이 되는구나 생각들 하시게 된 게 자랑스러워요.”

평창 ‘감자꽃’이선철 대표
폐교 탈바꿈한 문화공간서 ‘봄소풍’ ‘가을운동회’축제



 강원도 평창 ‘감자꽃스튜디오’(이하 감자꽃) 이선철(46·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표의 자랑이다. 장관표창도 여러 번 받은 그이지만, 지역주민으로 받은 상은 남다른 듯했다.



‘감자꽃’은 폐교를 탈바꿈시킨 문화공간이다. 밴드나 농악대 등 주민들의 문화활동과 ‘봄소풍’ ‘가을운동회’로 이름붙인 마을축제의 중심이다. 이름난 가수도 여럿 여기서 공연했고, 폐교가 지역에 불어넣은 활기를 구경할 겸 기업에서 연수를 오기도 한다. “1999년 폐교 전에는 평창초교 덕산분교였어요. 이 동네 주민들 모두의 모교에요. 제가 여기서 다른 일을 했으면 모교에 대한 상실감이 있었을 겁니다. 처음엔 젊은 놈이 폐교를 빌리니까 허튼짓 하지 않을까 경계도 하셨겠죠.”



 서울토박이인 그가 2002년 평창행을 결심한 계기는 건강악화였다. “부끄러운 얘기인데, 뚱뚱해서 그랬어요. 체중이 110㎏이었어요. 술 좋아하고, 고기 많이 먹고… 뇌경색이 온 거죠. 가수 이승환 전국순회공연 할 때였는데.” 그는 본래 문화기획자다. 김덕수패 사물놀이 기획실장으로 10년쯤 일했고, 이후 자우림·긱스·어어부밴드 등의 음반과 공연을 기획했다. 때이르게 뇌경색을 겪은 그는 평창에서 삶의 방식을 바꿨다. “첫 1년 동안 30㎏이 빠졌어요. 지금은 좀 늘었지만. 잡곡밥에 채식하고, 매일 산에 다녔죠.”



 체형은 달라졌어도 판을 벌이는 기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따내 악기를 구입하고 강사를 초빙해 인근 초·중학생에게 국악을 가르쳤다. 고교생들과는 ‘대일밴드’라는 밴드를 만들었다. “입시 때문에 고교는 생각도 안 했거든요. 그런데 교장선생님이 우리도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선생님들 호응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대일밴드’는 지금까지 7기가 이어진다. 1기 중 ‘감자꽃’ 상근자도 나왔다. 자녀들의 경험은 어른들의 호감으로 이어졌다. 부녀회 등 지역 주민들 밴드도 생겼다.



지자체도 호응했다. 2004년 평창군이 아예 폐교를 사들여 그에게 운영을 맡겼다. 리노베이션도 했다. 낡은 교사 전면에 건축가 이종호 교수(한예종)의 솜씨로 공간을 덧붙였다. “시골이어도 좀 모던했으면 싶었어요. 대신 마을의 구심점인 ‘학교’의 정신은 살아있게.”



 낡은 공간을 문화로 바꿔놓는 일은 그의 영국 유학시절 논문 주제이기도 하다. 예술경영을 전공, 꾸준히 대학강의를 해오던 그는 올 초 용인대 교수가 됐다. 그 간의 경험을 살려 강릉, 춘천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도 진행해왔다. “큰 계획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니죠. 저로서는 고육지책이던 상황이었는데, 돌아보면 이유 없는 경험은 없나 봐요.” 그는 “귀촌이 곧 귀농은 아니다”라고 했다. “각자 자기 전공을 갖고 오는 게, 기왕이면 젊어서 오는 게 낫죠.”



 이 대표처럼 농어촌 재능기부를 하려는 이들을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스마일재능뱅크’(www.smilebank.kr)를 운영하고 있다. 재능기부를 하려는 개인·기업·단체와 이를 필요로 하는 지역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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