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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하멜전시관에 가면 조선 역사가 보인다

중앙일보 2012.10.23 00:53 종합 31면 지면보기
21일 관람객들이 하멜 동상 앞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1일 오전 전남 여수시 종화동 하멜전시관. 여수시내에 사는 유치원생 10여 명이 제1전시실에 놓은 대형 지구본을 쳐다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지구본 옆에는 『하멜보고서』가 눈에 들어왔다. ‘하멜표류기’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식명칭은 ‘하멜보고서’다. 원본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된 이 책은 네덜란드가 기증한 것이다. 여수엑스포 때 네덜란드관에서 선보이다 엑스포 폐막 직후 이곳으로 옮겨졌다. 관람객 정성안(40)씨는 “사본이지만 하멜표류기 등 유물을 보면서 하멜과 조선의 인연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귀국 꿈 이룬 종화동에 이달 초 개관, 60여 점 전시



 하멜전시관이 인기다. 이달 4일 개막 이후 관람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여수시가 32억원을 들여 2200㎡의 터에 지상 2층 규모로 지었다.



 전시관 앞에는 2007년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르큼(Gorcum)시에서 기증한 하멜 동상이 있다. 동상 옆에 세워진 ‘하멜 풍차’는 바람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전시관에서 100m쯤 떨어진 방파제에는 하멜이 고국으로 돌아간 것을 기념해 붉은색 ‘하멜 등대’가 설치돼 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선원이었던 헨드릭 하멜은 1653년 일본으로 가던 도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닿았다. 조선에서 생활하다 1666년 네덜란드로 돌아가 『하멜보고서』 『난선제주도난파기』 등을 저술해 유럽에 조선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전시관이 들어선 종화동(옛 종포·鍾浦)은 하멜이 13년7개월의 한국생활을 접고 가까스로 배를 구해 고향으로 돌아간 곳이다. 당시 이도빈 전라좌수사의 도움을 받았다. 여수시 정미순 문화예술담당은 “이도빈 좌수사 등이 하멜의 귀국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하멜표류기는 탄생하지 못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멜은 자신의 책에서 “좋은 사람(이도빈 좌수사)을 부임시켜 주신데 대해 하나님께 감사했다”고 적고 있다.



 총 5개로 구성된 전시실에는 하멜의 일생과 표류 과정, 조선에서의 생활, 당시 조선의 시대상황, 하멜과 여수와의 인연 등을 총 66점의 유물과 전시물을 통해 보여준다. 『하멜보고서』 사본과 지구본, 회화작품 등이 특히 인기다. 하멜 일행이 타고 왔던 스페르베르호의 축소형 모형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여수=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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