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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명박과 송영길

중앙일보 2012.10.23 00:38 종합 33면 지면보기
정기환
경인총국 기자
‘GCF(녹색기후기금) 송도 유치’를 전하는 22일자 조간신문들에는 유난히 시선을 끄는 사진 한 컷이 큼지막하게 실렸다. 20일 낮 송도 현장에서 유치가 성사된 직후 이명박 대통령과 송영길 인천시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나란히 앉아 파안대소하는 장면이었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만큼은 여도 야도, 차기 대권 구도에 따른 편가름도 없었다. 시민들과 해당 지자체, 정부, 청와대가 한마음으로 전력투구한 끝에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번 GCF 도전 이전까지는 그다지 좋은 인연은 아니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송 시장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이 대통령이 경인아라뱃길 현장을 찾았다. 당시 송 시장 주변에서는 “대통령이 인천을 찾았는데 한번 나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했지만 송 시장은 나가지 않았다. “굳이 나갈 필요까지 있겠어요”라는 멘트까지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후문이 나돌았다.



 서너 달 후 연평도 포격 사태가 벌어졌다. 포격 당일 송 시장은 트위터에 ‘우리 군이 포 사격 훈련을 하자 이에 자극 받은 북이 우리 군 포진지 등을 공격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올렸다. 청와대로서는 인천이 곱게 보일 리 없었던 언급이었다. “뒤에서 (아군에게) 총을 맞은 느낌”이란 말까지 나왔다.



 인천은 인천대로 정부가 서운했다. 아시안게임 지원 문제 등을 놓고 “왜 부산(아시안게임)과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만큼 지원해 주지 않느냐”는 인천 홀대론이었다.



 그랬던 정부와 인천시가 GCF 유치를 위해 한마음이 됐다. 허종식 인천시 대변인은 “청와대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우리도 고무됐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이사국 대표 만찬에 나타나 ‘50억 달러 추가 출연, 송도~서울 간 GTX 조기 착공’ 등의 선물을 내놓았다. 유치 성사 이후 인천에서는 “MB가 사업 따내는 데는 역시 선수”라는 칭송도 나돌았다. 송 시장도 “여야가 초당적 협력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은 야당도 계승 발전시켜 나갈 과제”라고 화답했다.



 어떤 이는 2006년 파주 LCD단지 준공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손학규 경기도지사에게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라고 했던 장면을 떠올렸다. 서로 당적은 달랐지만 국익과 지역발전을 위해 정파의 손익계산을 뛰어넘어 파주에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유치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손학규 지사의 맞잡은 손, 이명박 대통령과 송영길 시장의 파안대소, 그런 사진이 자주 신문에 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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