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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역 개찰구 없앴는데 무임승차 오히려 줄었다 이게 바로 신뢰와 소통!

중앙일보 2012.10.23 00:33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파주 운정신도시로 이사온 지 벌써 2년 반이 됐다. 집 근처에 광역급행버스(M버스) 정류장이 있어 출퇴근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매일 아침 줄을 서 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쓴웃음이 난다. 중앙차로제여서 길 한가운데 있는 이 정류소는 사람들이 어느 방향으로 줄을 설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줄이 형성되는 공간은 아주 짧고, 반대로 줄 설 필요가 없는 공간은 저만치까지 길게 만들어 놓았다. 방향을 거꾸로 잡은 것이다. 반대편 정류소도 똑같이 ‘거꾸로 설계’다.



 설계자·시공자, 공사를 발주하고 감독한 사람, 다들 바보짓을 했다. 파주시청에 물어보니 개당 2000만원짜리 버스정류소들은 운정신도시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일괄 발주했단다. 비가 왔던 어제는 우산 든 시민들이 좁은 대기공간을 벗어나 위험한 차로에까지 줄지어 섰다. 자기 가족이 이용할 정류소라면 과연 이렇게 만들었을까. 정류소뿐 아니다. 바로 옆 육교는 횡단보도와 겹치는 데다 동선이 너무 길어 이용객이 아예 없다. 예산낭비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KTX를 타고 부산에 갈 때는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서울역 등 KTX가 정차하는 전국 17개역에서 개찰구(자동개집표기)가 철거된 것은 2009년 8월이다. 당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고객을 믿고 고객과 소통하며, 역 아닌 고객 중심으로 일하겠다’며 개찰구를 없앴다. 과연 가능할까? 무임승차가 판치지는 않을까? 열차 안에서 무선이동단말기(PDA)를 든 승무원이 오가는 것을 보니 표가 팔린 자리에 승객이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것 같았다. 대전에서 유치원생들이 단체로 승차하자 승무원이 다가와 “혹시 시끄러우시면 옆칸 빈자리 아무 데나 앉아도 됩니다”라고 알려주었다. 옆칸에 갔더니 얼마 후 다른 승무원이 다가와 표를 보여달라고 했다. 아하. 이래서 ‘부드럽지만 철저하게’ 검표가 이루어지는구나.



 코레일의 조형익 여객계획처장에게 “개찰구를 없앤 후 무임승차가 늘었느냐”고 물었다. 아니었다. KTX 무임승차는 2009년 8만8921건에서 2010년 6만7169건, 작년에는 4만6080건으로 팍팍 줄고 있다. 새마을호도 4만9448건(2009년), 4만774건(2010년), 3만4798건(작년)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게 진짜 신뢰, 소통, 그리고 자율 아닐까. 코레일은 올해 8월부터 서울역 노숙자 9명이 포함된 ‘환승 도우미’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을 안내하고 짐도 옮겨주는 도우미 서비스를 도입한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물게 야당의원들의 칭찬까지 받았다. 관청·공공기관에서 수고하시는 여러분. 국민들이 “납득이 안 돼, 납득이!”라고 외치기 전에, 제발 당신들 말고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해주시길.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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