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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정부 조직개편은 국가 백년대계

중앙일보 2012.10.23 00:31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기호
한국도시가스협회
상근부회장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있는 지금 ‘과천’으로 대변되는 관가의 관심은 대선 이후 정부 조직이 어떻게 바뀔까 하는 점에 쏠려 있다. 이는 수십 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법률 제1호로 정부조직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 조직은 정권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왔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우리 공직 사회는 안정적인 정책 입안과 수행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 부처가 다음 정권에서도 살아남을까’ 하는 생각에 젖었던 게 사실이다.



 올해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지 50년이 되는 해다. 그사이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라는 ‘20-50클럽’에 가입했다. 무역 규모도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눈부신 발전을 일궈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글로벌 재정위기는 물론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영토분쟁도 심상치 않다. 안으로는 경기침체와 사회 양극화의 확산 등 셀 수 없이 많은 난제들이 저마다 고개를 쳐들고 있다.



 이런 난제를 풀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강한 대응시스템이다. 선거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정부 조직이 개인이나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누가 정권을 잡든 정부 조직을 개편함에 있어 가장 우선해야 하는 가치는 국가 백년대계라는 장기적 안목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두 가지다. 이를 위해선 첫째, 정부 조직 개편은 다양한 사례분석과 심층적인 연구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이 위기 때마다 어떤 식으로 정부 조직을 바꾸고 위기에 대응했는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우왕좌왕할 시간이 없다. 정파 간 이합집산에 따른 정부 조직 개편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적일 뿐이다.



 둘째, 융합(convergence)의 시대에 걸맞은 정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를 ‘융합의 시대’라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미래는 결국 융합기술에 달려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 말대로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가 석유화학과 조선·자동차 같은 기성 산업의 강점을 골고루 취해 여기서 낸 시너지로 새 산업을 열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신산업 진출 같은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정부가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인 국정 수행을 가능케 하는 건 결국 정부 조직의 안정성과 신뢰성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100만 명에 육박하는 공무원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 개편만 바라보고 있다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가.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결국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책변화다.



 국민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실험에 지쳐 있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 잘하는 정부를 기대한다.



김기호 한국도시가스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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