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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부유세는 우리를 더 슬프게 할 뿐

중앙일보 2012.10.23 00:30 경제 10면 지면보기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종합부동산세가 세금폭탄으로 매도된 것은 잘못이다. 바로잡혀야 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의 말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그는 지난주 MBC 라디오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부유세 신설을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은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19 대선을 앞두고 후보 진영마다 증세(增稅) 목청을 높이고 있다.



 세금은 한 나라의 핵심 경제정책이다. 나라의 곳간을 채우는 수단인 동시에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세금을 신설하고 세율을 올리면 세금이 더 걷힐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이걸 한마디로 설명하는 말이 조세저항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도 세금으로 왕창 뜯긴다고 생각하면 대체로 두 가지로 대응하게 된다. 열심히 일하지 않든지 세금을 피할 궁리를 할 것이다. 세율을 높여도 생각만큼 세수(稅收)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다.



 후보마다 일자리를 강조한다. 요즘 고용보다 중요한 건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같은 입으로 다른 말을 한다. 증세도 결국은 일자리를 줄일 뿐이다. 무거운 세금을 피해 기업은 다른 나라에 투자하고, 부유층이 해외로 나가 돈을 쓴다면 국내 경제는 그만큼 타격 받게 된다. 성장을 해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건 상식이다. 그럼에도 경제민주화라는 요상한 구호는 이런 상식마저 외면한다. 사실 후보들에게 증세 공약은 매력적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중과하는 정책은 다수의 유권자로부터 박수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현실은 부자가 돈을 써야 서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고급 식당이 잘돼야 거기서 일하는 종업원들 사정이 나아진다. 그런 곳이 문을 닫으면 일하던 사람들은 실업자가 된다. 너무나 단순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이런 현실을 외면할 뿐 아니라 왜곡하기까지 한다. 가진 자들을 공격해야 서민이 잘사는 세상이 온다고 주장하니까.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탈법이나 부정까지 눈감아주라는 말이 아니다. 법치주의는 더욱 확립해야 한다. 사실 법이나 제도는 지금 상태로도 부족함이 별로 없다. 편법 상속이나 증여, 고소득자들의 탈세,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비열한 상행위는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문제는 실행 의지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법치만 확립하면 원하는 정책목표를 거의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세금을 신설하거나 인상하려는 모든 행위는 속보이는 득표전략일 뿐이다. 증세론자들은 세금을 더 거둬 정부 주도적 사업에 투입하면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남의 돈(세금)으로 하는 정부 사업의 생산성은 대부분 보잘것없다. 도중에 줄줄 새는 돈까지 감안하면 정부사업은 줄일수록 좋다. 나라를 사랑하는 후보라면 증세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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