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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영세 자영업자 울리는 미소금융

중앙일보 2012.10.23 00:30 경제 10면 지면보기
한애란
경제부문 기자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모두 82만9669명. 그 속엔 82만9669개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을 터다. 그중 유독 자영업자 김모(53)씨의 폐업 소식이 아프게 들렸다. 그가 실패한 자영업자 길로 들어선 데엔 언론의 책임도 없진 않아서다.



 2년 전 희망에 부푼 ‘음식점 사장님’ 김씨 부부를 만났다. 트럭을 몰았던 김씨는 2010년 초 비싼 기름값 부담으로 일을 접고 장사를 궁리했다. 그때 길을 터준 게 신문을 보고 찾아간 미소금융이었다. 싼 금리로 큰돈을 빌려줄 뿐 아니라, 컨설팅과 창업교육까지 시켜준다 했다. 장사 경험 없는 그가 부대찌개란 아이템을 정한 것도, 서울 화곡동에 터를 잡은 것도 다 미소금융 컨설팅 결과였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될 이유가 없는 듯했다. 전세보증금을 빼서 모든 걸 쏟아부었다. 언론도 바람직한 성공모델이라며 박수쳐 줬다.



 하지만 희망은 빠르게 불안으로, 절망으로 바뀌어갔다. 문을 연 지 몇 달 만에 손님이 뜸해지더니, 결국 못 버티고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처음에 미소금융 재단은 여러 약속을 했다. ‘언제든 전문인력이 컨설팅을 해준다’ ‘추가 운영자금을 지원해준다’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김씨가 미소금융재단을 통해 가입한 프랜차이즈업체는 아예 가맹사업을 접었다. “아무 (사후관리) 프로그램도 없었어요. 다 엉터리예요.” 가게 보증금으로 대출금을 갚고 빈털터리가 된 그는 이제 재기의 의욕마저 꺾였다.



 미소금융이 출범했을 때 언론은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돈을 떼이는 것 아닌지 걱정해줬다. 하지만 정작 걱정스러운 건 돈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누군가에겐 실패가 자산이겠지만 이들에게 실패는 곧 낭떠러지일 수 있다. 그만큼 신중한 상담,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다.



 창업을 권하는 서민금융은 갈수록 늘고 있다. 서민금융이 서민을 살리는 보약이 아니라, 생존 확률이 낮은 영세 자영업으로 준비 없이 내모는 독약이 아닌지 지금이라도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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