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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전용 vs 한자병용 또 법원으로 갔다

중앙일보 2012.10.23 00:22 종합 25면 지면보기
국어정책이 또 논란에 빠졌다.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이하 추진회·회장 이한동)는 22일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에 위헌 요소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추진회가 거론한 대목은 국어기본법 제14조.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국어기본법 위헌” 헌법소원

 이 가운데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문제 삼았다. 한자가 ‘다른 외국어’와 같은 선상에서 외국 글자의 하나로 취급됐다는 것이다.



 추진회는 “한자를 ‘다른 외국 글자’와 동일하게 규정한 것은 하위법이 상위법(한글과 한자를 혼용하는 헌법)을 부정한 것이며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진회는 “학부모의 89.1%가 한자교육을 원하고 있다(2009년 11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설문조사)”면서 “초·중·고 국어 교과에서 한자교육을 배제한 부분을 폐지하거나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추진회는 지난 7월 결성됐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회장 진태하)·한국어문회(이사장 김훈)·전통문화연구회(회장 이계황)·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공동대표 정우상) 등 4개 단체가 “초등학교에서의 한자 공교육 실현”을 내세우며 모였다. 초대 회장으로 이한동 전 국무총리를 추대한 뒤 헌법소원을 준비해왔다.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윤홍로 전 단국대 총장 등 333명이 헌법소원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는 “시대 흐름과 어긋난다”며 반박했다. 이 대표는 “1993년에도 한자 관련 단체들이 모여 행복추구권을 내세우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기각된 바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한글 문화가 더 꽃피었고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며 한글의 우수성까지 주목받는 상황이다.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에 헌법재판소가 올바른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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