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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상 최대 무역적자 … 대중국 수출 감소가 결정타

중앙일보 2012.10.23 00:22 경제 3면 지면보기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도쿄 항만의 한 구역에서 근로자들이 22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발표된 일본의 무역수지는 1979년 통계 발표 이후 최대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일본은 무역대국이다. 수출은 일본을 한때 미국에 맞서는 경제대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메이드 인 재팬’으로 글로벌 제조업을 석권했고, 그 전통은 여전하다. 그런 일본의 수출전선에 이상 신호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2012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센카쿠 분쟁 불매운동 여파
계속되는 엔고도 영향 줘
“이달 중 추가 양적 완화할 듯”

 1990년 버블 경제 붕괴 이후에도 무역은 줄곧 흑자를 누렸던 일본이 왜 이렇게 됐을까. 그 배경으로는 ▶영토 분쟁 따른 대중국 수출 둔화 ▶전자업계의 경쟁력 약화 ▶계속되는 엔고(高) ▶원전 사용 중단에 따른 에너지 수입 급증 등 일본만의 4중고(重苦)가 꼽힌다.



 22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의 무역수지는 3조2190억 엔(약 45조5000억원) 적자였다. 수출액은 2% 감소한 32조1603억 엔, 수입액은 2.6% 증가한 35조3793억 엔이었다. 이는 1979년 수출입 통계가 공식 발표된 이후 사상 최대 적자다. 또 2011년 회계연도 상반기 이후 1년 반 연속 적자다. 수출 감소폭은 자동차 14.6%, 선박 40.4%, 반도체 등 전자부품 7.8%였다. 반면 수입 증가폭은 통신기기 90.3%, 원유 26%, 액화천연가스(LNG) 11.4% 등이었다.



 적자 확대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대중국 수출 감소다.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이후 중국 내 일제 상품 불매운동이 대중국 수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 4~9월 일본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조5309억 엔(약 21조6140억원)으로 전체 무역 적자 규모의 절반 가까운 비중(48%)을 차지했다. 미국과 유럽·동남아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중국과의 무역 적자로 상당 부분을 까먹은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대중국 무역 적자가 10월 이후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점이다. 지난달 대중국 무역 적자는 3294억 엔(약 4조6506억원)으로 이 안에는 불매운동 여파가 보름치만 반영됐다. 9월 대중국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반 토막 가까운 44.5%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지난달 전체 무역수지는 5486억 엔 적자로 3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벌였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지난달에는 반일시위가 보름치만 반영됐지만 한 달치가 모두 반영되는 10월 이후에는 더 큰 타격을 입었을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급격한 수출 감소의 여파로 일본은 올 3분기와 4분기 중 경기후퇴를 피할 수 없고, 일본은행이 이달 중 추가 양적 완화를 실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구조적으로는 계속되는 엔고(高) 또한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왔다. 한양대 경영학과 이상빈 교수는 “일본과 경합 제품이 많은 한국이 엔고에 따른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 산업의 첨병인 전자업계의 경쟁력 약화도 무역대국의 지위를 흔들고 있다. 일본의 3대 전자업체인 파나소닉·소니·샤프는 예외 없이 사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화력발전용 에너지 수입이 급증한 것도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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