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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본 고지도 울릉도 남쪽엔 독도가 …

중앙일보 2012.10.18 00:52 종합 31면 지면보기
조선후기 필사본 고지도첩 ‘천하제국도(天下諸國圖)’의 강원도편. 울릉도 남쪽에 우산도(于山島·독도)가 그려져 있다. [사진 국립중앙도서관]
한국학이란 용어조차 없던 19세기말 『한국서지(韓國書誌, Bibliographie Coreenne)』(1894∼1901)를 펴내며 한국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 있다. 1890년 프랑스 외교관 신분으로 서울에 온 동양문헌학자 모리스 쿠랑(1865~1935)이다. 현존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의 존재를 이미 1901년 알린 이도 그였다.


‘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품서
통역관 모리스 쿠랑 수집자료
희귀본 등 254책 존재 확인

 『한국서지』에는 3821종의 고서가 소개돼 있다. 그 중 쿠랑이 직접 수집해 갖고 있던 자료도 있었을 텐데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서지학계의 오래된 이 수수께끼가 풀렸다. 그의 소장품 다수가 프랑스 국립고등교육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College de France)’에서 발견됐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심장섭)은 17일 “해외 한국 고서 디지털화 사업의 일환으로 콜레주 드 프랑스에 소장된 한국 고서를 조사하던 중 모리스 쿠랑이 수집했던 자료 254책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에 있는 쿠랑의 수집품은 2~3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확인된 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 한국 고서는 모두 53종 421책이며, 이 중 쿠랑의 수집품이 254책이나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조선후기 필사본 고지도첩 ‘천하제국도(天下諸國圖)’가 주목된다. 강원도편에 울릉도 남쪽 우산도(于山島·독도)가 그려져 있다. 이런 류의 지도가 곳곳에서 적지 않게 발견되지만, 무엇보다 쿠랑의 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품이라 가치가 더해 보인다. ‘천하제국도’에는 ‘임진목호정계시소모(壬辰穆胡定界時所模)’도 있는데, 1712년(숙종 38) 조선과 청나라가 백두산 주변을 조사한 뒤 정계비를 세운 여정을 그린 지도다.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연구소 이혜은 고서전문원은 “쿠랑의 소장품은 역사 종류가 많고 19세기와 20세기 초반 자료가 대부분”이라며 “정계비 여정 지도는 아직 유사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고, 신숙주(1417~75)가 쓴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도 전래되는 것이 적은 희귀본”이라고 밝혔다.



 쿠랑은 파리대학 법대와 동양어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후 중국 베이징의 프랑스 공사관을 거쳐, 서울에 통역서기관으로 파견됐다. 국립도서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담은 『국외 한국 고문헌 조사보고서I: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 한국 고문헌』을 펴냈다. 11월부터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www.nl.go.kr/korcis)에서도 해당 내용을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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