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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쿠남은 있다, 박지성은 없다

중앙일보 2012.10.18 00:38 종합 37면 지면보기
자바드 네쿠남(왼쪽)이 후반 30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그는 오른쪽 측면 프리킥이 골문 쪽으로 올라온 뒤 아크 서클 방향으로 흘러나오자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테헤란=연합뉴스]


자바드 네쿠남(32·에스테그랄)은 있었고, 박지성(31·퀸스파크 레인저스)은 없었다.

월드컵 예선 이란에 0-1패
현실 된 ‘테헤란 지옥’
팀 리더 부재, 전술 실종



 한국 축구 대표팀이 17일 새벽(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에서 0-1로 졌다. 한국은 후반 30분 네쿠남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2승1무1패(승점7·골득실+5)가 된 한국은 이란(승점7·골득실+1)에 골득실에 앞서 A조 선두를 유지했다. 3위 우즈베키스탄도 승점 5로 추격해 혼전 양상이 됐다.



 네쿠남은 2009년 2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앞두고 “한국은 지옥을 맛볼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 주장 박지성은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네쿠남이 선제골, 박지성이 동점골을 터뜨려 두 팀은 1-1로 비겼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이란에는 네쿠남이 있고, 한국에는 박지성이 없다는 것이다. 네쿠남은 이번에도 ‘지옥’ 운운하며 도발을 했고, 그의 말대로 한국은 지옥을 경험했다.



 2012년 한국 대표팀에는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처럼 위기에 봉착하면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 한국은 후반 9분 마수드 쇼자에이(28·오사수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수적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30분 네쿠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평균 연령이 25세로 이란보다 세 살 어린 한국 선수들은 상대의 침대 축구와 10만 관중의 광적인 응원에 급격히 흔들렸다. 한국은 박지성 은퇴 뒤 기성용(23·스완지시티)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하나 경험과 카리스마, 감정 컨트롤 등이 아직 떨어진다.



 최강희 감독의 전술도 답답했다. ‘플랜B’가 보이지 않았다. 한 명이 퇴장당해 수비적으로 돌아선 이란의 방어벽을 뚫을 전술 변경이 없었다. 손흥민(20·함부르크)이 후반 8분 교체 투입됐지만 이후에도 장신 공격수 김신욱(24·울산·1m96cm)의 머리를 향한 패스가 주된 공격 전개였다. 이동국(33·전북)이 대표팀에서 탈락한 가운데 이날 부진한 박주영(27·셀타비고)의 대체 카드도 마땅치 않았다.



 대표팀은 또다시 상대 세트피스에 약점을 드러냈다. 최근 최종예선 2경기에서 3골을 세트피스로 내줬다. 지난달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3차전에서 코너킥으로만 두 골을 허용했다. 이번 이란전에서도 프리킥 상황에서 실점했다. 대표팀은 맨투맨과 지역방어를 혼합해 세트피스를 잘 버텨냈지만 주요 포인트에 선수가 서 있지 않았다. 네쿠남이 골을 터뜨린 위치는 세트피스에서 지역방어를 할 때 반드시 선수 한 명이 지켜야 하는 자리였다.



테헤란(이란)=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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