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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방화범, 중·일 서로 "내놔라"

중앙일보 2012.10.15 03:00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 1월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지다 방화 미수로 복역 중인 중국인이 다음 달 초 출옥을 앞두고 한·중·일 외교분쟁의 불씨로 떠올랐다.


주한 일본대사관도 공격
한국서 복역하다 내달 출소
외교 당국, 신병인도 딜레마

 당사자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인 외할머니를 둔 중국인 류창(劉强·38·사진).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그는 11월 8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말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출소 즉시 일본 경시청에 넘겨질 처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일본에 보내지 말고 중국으로 추방해 달라”고 수차례 외교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청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류창의 불행한 가족사도 국내외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일제 때 한국에 살던 외할머니가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다고 경찰 수사과정에서 주장했다. 또 야스쿠니신사에 방화를 시도한 직후 지난해 말 한국에 입국해 경찰 조사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또 한국에선 외할머니가 살았던 대구, 항일운동을 하다 고문으로 숨졌다는 외증조부의 흔적을 찾아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봤다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반일 감정이 격해진 그는 1월 8일 오전 8시20분쯤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을 찾아가 화염병 4개를 던지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지난 8월 서울고법에서 1심 형량이 확정될 때 태평양전쟁유족회가 “류창을 선처해 달라”고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최근 일본과의 영토분쟁으로 반일감정이 고조된 중국에선 류창이 반일운동가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잘 준수하는지 지켜보겠다며 압박했다고 한다. 중국도 류창을 일본에 보내는 것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옳지 않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해 온 상태다. 서로 류창을 내놓으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자칫 3국간 외교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통상부와 법무부는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아직 처리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법원이 한·일 범죄인 인도조약과 인도주의 정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지만 결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든 우리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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