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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22가 주는 정신적 아픔

중앙일보 2012.10.15 00:54 종합 34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3보(22~29)=전보 마지막 수인 흑▲가 판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군요. TV 카메라 탓에 가까이 가볼 수 없지만 아마도 의표를 찔린 이세돌 9단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겁니다. 강력히 젖혀 패를 하자니 초반이라 팻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만 놔두면 ‘참고도1’ 흑1로 두는 수가 너무 쓰라립니다. 2를 선수해 봐도 소용 없고 결국 4로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세돌은 장고 끝에 22를 두었습니다. 얼마나 두기 싫었겠습니까. 프로 바둑에서 보기 힘든 수 아닙니까. 하면 백이 애당초 정수를 두었을 때, 즉 ‘참고도2’ 백1로 두었을 때와 비교해 무슨 타격을 입었을까요. 수 나누기로 조사해 봅시다. 백1이면 흑2로 두었을 것이고, 3으로 따낸 것은 손해가 없습니다. 한데 그 다음 5로 두어 6과 교환된 것은(이게 바로 실전인데) 매우 이상하군요. 이 손해를 수치로 환산하면 전혀 별게 아닙니다. 하지만 고수들은 이런 장면에서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게 됩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거지요.



 24로 전개해 신천지를 열어갑니다. 우하에서 당한 것이 벌에 쏘인 듯 따끔하지만 승부사로 살려면 지난 건 잊고 현실에 집중해야 합니다. 27로 짚어왔을 때 백은 다시 기로에 섭니다. 백A로 받으면 흑은 B로 파고들 계획입니다. 해서 28로 변신하자 구리는 곧장 29로 밀고 들어옵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읽고 그에 역행하면서 두 사람의 기(氣)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승부사는 잊을 건 잊어야 하지만 기세에서 밀리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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