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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1000만 마케팅 … 영화 ‘광해’의 무리수

중앙일보 2012.10.15 00:26 종합 29면 지면보기
정현목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1+1 행사’.



 유통업계 얘기만이 아니다. 국내 최대의 멀티플렉스 CGV에서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에 이런 판촉행사(오른쪽 사진)를 벌이고 있다.



영화 속 광해와 하선이 똑같이 생겼다는 점에 착안해 쌍둥이 관객(가족 포함)이 입장권을 1장 사면 1장을 덤으로 주고 있다. 이름에 ‘광’ 또는 ‘해’가 들어가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추석 대목에는 CJ 선물세트를 사는 고객들에게 ‘동반 1인 무료관람쿠폰’을 뿌렸다. 관객수를 늘리기 위한 공짜표 남발이다.



 잘 만든 팩션사극 영화라는 평가 속에 14일 900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가 왜 이런 무리한 마케팅을 펼치는 걸까. 투자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와 계열사 CGV는 “관객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1000만 관객 달성이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1000만 관객이라는 상징적 수치로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CJ는 최근까지 ‘연가시’ 정도만 흥행시켰을 뿐이다. 100억원을 들인 대작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도 흥행에 참패했다. CJ가 ‘광해’에 올인하는 배경이다. 계열사의 택배 차량에까지 ‘광해’ 포스터를 붙였다.



 지난달 13일 개봉한 ‘광해’는 출발부터 무리수를 뒀다. CGV의 지원 속에 1000개 가까운 스크린을 확보하며 개봉한 것도 모자라 개봉 날짜까지 일주일 앞당겼다. 주연배우 이병헌의 할리우드 영화 촬영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개봉 2주전 이뤄진 갑작스런 일정 변경에 다른 많은 영화들이 피해를 봐야했다.



‘광해’ 출연 배우들은 지난주 부산 영화제에서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면 영화 속 의상을 입고 관객과 만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마저도 일찌감치 앞당겨 13일 서울 코엑스 아셈광장에서 이미 진행했다. 이 또한 이병헌의 할리우드 영화 촬영을 이유로 들었다.



 개봉 한 달이 지났는데도 600개 가까운 스크린을 계속 확보하고 있는 영화 ‘광해’. 공격적 마케팅 기법을 훨씬 넘어 1000만 고지를 향해 물불 안가리고 돌격하는 어떤 무모함이 연상되는 것은 기자만의 느낌일까. ‘1000만 영화’의 상징성은 크다. 두고두고 회자된다. 감독과 배우, 영화사의 스펙쌓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밀어붙이기 마케팅은 억지로 만든 1000만 영화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광해’를 보며 울고 웃은 수많은 관객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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