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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으면 이정재 '탱탱근육' 몸만들기

중앙일보 2003.01.02 16:30 Week& 10면 지면보기
현대 여성들의 화두가 몸집 줄이기(다이어트)라면 현대 남성들의 관심사는 거꾸로 몸집 늘리기다.


고등학생까지 헬스클럽 북적

외모에 신경께나 쓴다는 남자들에게 좁은 어깨와 앙상하게 드러나는 뼈마디들은 축 늘어진 물렁살만큼이나 혐오스럽다. 단단하게 골격을 감싸는 근육질, 그러면서도 울퉁불퉁 하지않고 날렵한 인상을 주는 기다란 몸. 바로 영화배우 이정재의 몸이 노소(老少)를 막론하고 남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몸매다.



꿈은 이루어진다지만 생각만 갖고는 어림도 없는 일. 꿈을 현실로 만들려는 실속파 남자들은 요즘 몸 만들기 목표 달성을 위해 한겨울에도 땀 흘리기를 쉬지 않는다.



인터넷 홈페이지 브이 트렁크(www.vtrunk.com)에는 이정재를 꿈꾸는 '젊은 남자'들로 북적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것은 '서바이벌 바디 업그레이드'코너. 도전자들이 3개월 동안 일지를 써가며 몸을 만든 뒤 네티즌 투표와 운영자 평가로 '최강자'를 뽑는 곳이다. 이 코너는 헬스클럽 비수기인 12월에 오히려 사이트 조회수가 평소의 두배 가깝게 늘어났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코너에는 웃통을 벗어젖히고 키.몸무게.허리둘레.가슴둘레.엉덩이둘레를 공개한 도전자 열여섯명의 사진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다이어트 광고에 '두 주만에 15㎏ 감량 성공' 표어와 함께 실리는 뚱보와 날씬이의 비포&애프터(before&after)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이중에는 불룩 튀어나온 배가 초보자임을 한눈에 보여주는 도전자도 있고, 제법 균형잡힌 몸매에서 프로의 냄새를 풍기는 근육파도 있다.



"전역하기 전까지 10㎏을 찌우는게 목표"라는 군인, "근육 증가에 이 겨울을 불사르겠다"는 대학생도 있다. 직업은 달라도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몸 불리기다.



브이트렁크 운영자인 양호직 대표는 "헬스클럽 비수기인 겨울에는 관련 사이트 조회수도 줄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올해는 11월.12월에 사이트 조회수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면서 "'서바이벌…'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몸 만들기가 계절에 상관없이 남자들의 필수사항이 됐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서바이벌…'을 기획할 때만 해도 과연 누가 자신의 벗은 몸을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올릴까하는 생각때문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그래서 트레이너들이 운동하는 기록을 사이트에 올려놓았는데 오히려 네티즌들이 기회를 달라며 먼저 요구해왔다고 한다.



헬스클럽이 무조건 러닝머신으로 달려가는 여성들과 각종 근육운동 기구 앞에 앉아 근육을 키우는 남성들로 양분화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남자들도 이전엔 어떻게 살을 빼느냐가 운동을 하는 이유의 전부였다. 그러던 남자들이 어느날부터 이정재같은 몸 만들기에 관심을 보이더니 이제는 테크닉까지 세세히 묻는 보디빌딩 매니어가 되고 있다.



서초 헬스클럽 이찬수 코치는 "중장년층은 체중조절 목적으로 헬스클럽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몸매를 가꾸려고 운동을 한다"면서 "예년에는 크리스마스와 송년회가 겹친 연말에는 운동나오는 사람이 확 줄었는데 요즘은 큰 차이가 없어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선진국으로 접어들수록 운동을 일상화하며 체형 관리에 관심을 갖는 인구가 느는 게 일반적이긴 하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몸 만들기 열풍에는 좀더 직접적인 이유가 있다. 운동으로 다져진 해외파 연예인들이 눈길을 끈데다 얼굴은 미소년이지만 몸매는 탄탄한 탤런트 권상우.김재원, 가수 비같은 스타들이 뜬 것이다.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클럽의 트레이너 크리스티는 "근육을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헬스클럽을 찾는 고3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면서 "예전엔 근육 많은 게 인기가 없었지만 요즘은 여자들까지도 근육있는 남자를 좋아하다보니 너도나도 빨리 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고 전했다.



특히 헬스클럽에서는 몸 좋은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로 계급이 나뉘어진다고 한다. 몸이 별로인 남자는 감히 근육질의 남자 곁에는 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곁눈질만 하다 조용히 헬스클럽을 빠져 나간다고.



몸 만들기의 묘미는 지금은 '하층 계급'에 있다해도 몇개월만에 얼마든지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닐까. 근육질을 꿈꾸는 남자들의 땀흘리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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