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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이 중국 기쁘게 하려” “국력 향상되고 있다는 증거”

중앙일보 2012.10.13 01:42 종합 5면 지면보기
모옌
중국 국적 첫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모옌(莫言·57)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중국 사회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고 모옌의 책 판매량이 급증하는 특수가 이는 가운데 중국 자유파 지식인들이 모옌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잇따라 비판하고 나섰다.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해당 작가 개인에 대한 공격이 쏟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공산당 체제의 중국 사회에서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중국 친정부 성향 모옌 노벨 문학상 수상 싸고 시끌

 모옌은 현재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맡고 있다. 중국에서 ‘체제 내 인사’의 성격이 강하다. 중국작가협회는 외견상 독립적 단체이지만 회원들이 발간하는 모든 작품은 정부의 검열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준정부기구나 다름없다. 모옌이 중국 정부 입맛에 맞춰 작품을 내도록 감독한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모옌은 1980~90년대 군인 신분으로 공산혁명을 찬양하고 홍보하는 작품도 많이 썼다.



 모옌이 그간 보여 온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200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때는 반체제 인사인 다이칭(戴晴)과 베이링(貝嶺)이 참가했다는 이유로 도서전에서 철수했다. 중국 지식인과 작가를 탄압한 계기가 됐던 마오쩌둥(毛澤東)의 ‘옌안(延安) 문예좌담회 연설’ 기념집 출판에도 참여해 ‘부역작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에 망명한 반체제 인사 웨이징성(魏京生)은 11일 “스웨덴 한림원이 모옌을 수상자로 결정한 것은 그가 다른 작가에 비해 체제 순응적이기 때문”이라며 “노벨 문학상 선정이 문학성에 근거하지 않고 중국 당국을 기쁘게 하려는 거래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미국에 망명 중인 중국 작가 위제(余杰)도 “작가는 작품의 사상 못지않게 표현의 창조성에도 기여해야 하는데 모옌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노벨상 수상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혹평했다.



 노벨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중적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0년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는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 때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며 맹비난하며 노벨상을 폄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관영매체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등 2년 전과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웨이징성은 “모옌의 수상을 전후해 중국 정부가 보여 준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면 이번 결정이 공산당 정권을 기쁘게 하기 위한 목적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도 “모옌은 지난해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할 말이 없다’며 양심과 정의를 무시한 적이 있다. 스웨덴 한림원이 그를 수상자로 결정한 것은 이런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모옌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12일 기자들에게 류샤오보의 활동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가 가능한 한 빨리 자유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리창춘(李長春)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모옌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12일 보도했다. 리 상무위원은 “모옌의 수상은 중국 문학의 번영과 진보 그리고 중국의 국력이 끊임없이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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