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기업 떠난 정부 MRO 시장 외국 대기업이 슬금슬금 점령

중앙일보 2012.10.13 01:30 종합 10면 지면보기
대기업 계열사가 떠난 조달청 소모성 행정용품(MRO) 시장을 외국계 프랜차이즈 기업이 파고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을 MRO 시장에서 퇴출시킨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글로벌 업체 오피스디포
지난 2년간 78억원 납품

 12일 조달청 국정감사에서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계 사무용품 업체 오피스디포가 지난해 11월 조달청과 MRO 공급계약을 했다. 전국 10개 권역 중 6개 권역에서 2년간 MRO 78억원어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오피스디포는 전 세계 60개국에 1600여 개 매장을 가진 세계적인 사무용품 업체다. 지난해 매출이 115억 달러(약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포춘의 글로벌 500대 기업이기도 하다.



 조달청은 지난해 10월 MRO 공급자에서 대기업을 배제키로 선정방법을 바꿨다. 대기업 MRO 계열사가 부의 대물림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커지자 대기업의 공급자 자격을 박탈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6년 이후 줄곧 조달청 MRO 시장을 양분해 온 아이마켓코리아(삼성)와 서브원(LG 계열)은 시장을 떠나야 했다. 대신 조달청은 전국을 10개 권역을 나눠 총 24개 중소기업을 공급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와 달리 오피스디포는 중소기업으로 인정됐다. 오피스디포 본사가 아닌 가맹점이 공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오피스디포 부산 서면점, 안산점, 순천점, 춘천점, 청주점, 창원점이 각각 해당 지역의 MRO 공급자로 선정됐다. 불법은 아니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간 경우다.



 조달청 관계자는 “선정 당시에도 오피스디포 가맹점가 공급자 자격이 있는지 검토했다”며 “현행법상으로는 가맹점을 중소기업으로 보지 않을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여러 가맹점이 한꺼번에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본사 차원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을 거란 의혹이 제기된다. 이 의원은 “조달청의 허술한 입찰 참여 기준 관리로 지역의 중소 MRO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달청이 대기업 계열사를 MRO 공급자로 선정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혼선도 빚어졌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조달청과 MRO 공급계약을 했던 무림오피스웨이는 지난해 4월 ‘실질적인 대기업’으로 판정돼 퇴출당했다. 무림오피스웨이는 제지 전문인 무림그룹(지난해 매출액 1조9000억원)의 MRO 사업 계열사다. 대기업 계열사인데도 매출액(지난해 738억원)이 적어 입찰 자격 심사에서 중소기업으로 취급됐던 것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반발과 잇따른 제보로 결국 대기업으로 판정됐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