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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가요 …‘캐디 소녀’ 이보연 날았다

중앙일보 2012.10.13 01:03 종합 15면 지면보기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낸 캐디 소녀 이보연이 12일 스무 살의 발랄한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다. [사진 한석규 프리랜서]


“지난해 갤러리로 구경하면서 저(LPGA)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그 꿈이 이뤄져 너무 떨려요.”

하나·외환 드림챌린지 1위
60대 1 경쟁 뚫고 단 1장 티켓 따
“한 달 일하면 대회 한 번 뛸 경비”
낮엔 골프장서 캐디, 밤엔 훈련



 낮에는 캐디로, 밤에는 골퍼로 주경야독해 ‘꿈의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밟게 된 선수가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회원인 이보연(20)이다. 그는 지난 9일 끝난 하나·외환 챔피언십 드림챌린지에서 60대 1의 경쟁을 뚫고 국내 유일의 LPGA 투어인 하나·외환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냈다.



 드림챌린지는 대회 주최 측인 하나·외환은행이 올해 처음 만든 프로그램이다. LPGA 투어 출전권이 없는 국내 프로와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3개월에 걸쳐 예선과 본선을 치르고 한 명에게 출전 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보연은 예선과 본선을 거쳐 스트로크플레이로 진행된 결승전에서 4오버파 1위에 오르며 피 말리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됐다.



 이보연은 이 대회에 주최 측 추천을 받아 겨우 출전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지만 갑자기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에 대회 출전은 그에게 꿈같은 일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선수 등록을 한 그는 경비 때문에 거의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연습 라운드는 꿈도 꿀 수 없었고 야디지북을 보고 골프장을 익혔다고 한다. “이제 그만 포기하자”는 생각도 수백 번은 들었다. 하지만 그는 “골프를 관두면 희망도 잃게 되는 것 같아 버텼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아버지(티칭프로 이상운씨)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형편은 더 나빠졌다. 이보연은 그때부터 낮에는 충북 청원에 있는 이븐데일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고 밤에는 프로 테스트를 준비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어머니까지 캐디로 나서 뒷바라지를 했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보연은 “한 달 동안 일을 하면 한 시합에 나갈 수 있는 경비가 생겼다”며 “가끔 매너 없는 손님을 만나 속상할 때가 많았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어 밤에는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더니 기회가 왔다. 2010년 KLPGA 준회원 테스트에 이어 지난해 말 정회원 테스트에 합격한 이보연은 지난 7월부터 하나·외환 챔피언십 드림챌린지에 도전해 꿈을 이뤘다. 이보연은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캐디 일도 잠시 그만뒀다. 경비 걱정에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요즘 골프만 하면서 실력이 는 것 같다”며 “1등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이제 이보연은 19일부터 사흘간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리는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그는 “최나연 언니와 경기하면서 일관성을 배우고 싶다. 꼴찌만 안 하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이보연은 올해 말 KLPGA 정규 투어 시드전에 도전해 내년부터 1부 투어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이 이뤄질 때까지는 당분간 캐디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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