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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남녀의 더치페이에 관한 고찰

중앙일보 2012.10.13 00:48 종합 41면 지면보기
김현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2학년
#1. “우리 더치페이 하자.”



 “당연하지 얘는! 2만5000원을 넷이 나눠서 내야 하니까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이 천원 더 내기로 하자.” 



 #2. “우리 더치페이 할까요?”



 “네? 더치페이요?(이 남자 뭐야, 매너 없게.)”



 위의 두 가지가 어떤 상황인지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모두 눈치를 챘을 것이다. 짐작한 대로 앞선 상황은 동성 친구끼리 돈 계산할 때이고, 뒤는 이성과의 돈 계산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 있어서 남성의 ‘돈 계산 매너’는 곧장 그의 성품으로 귀결된다. 돈을 다 지불하는 남자, 소위 말해 ‘한턱 쏘는 남자’는 매너와 능력을 겸비한 남자로 평가된다. 반면에 더치페이를 유도하는 남자는 눈치도 매너도 없는 남자로 비난받는다.



  이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통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결혼에 있어서나 가정에 있어서 모두 남성이 경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독특한 통념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회적 통념에 따르면 결혼 생활의 질이(적어도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남성의 경제력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남성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사회적 통념이 고착화된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공헌이 적지 않았다 . 우리나라 여성들은 본인이 시집살이를 할 땐 불만을 갖다가도 정작 자신의 며느리가 맞벌이를 하겠다고 하면 이를 언짢게 보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물론 인간으로서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이런 태도가 불합리한 사회적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 다. 여기엔 사회구조적인 원인뿐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 여성에 대한 이중 잣대가 있음을 시사한다.



 혹자는 남성이 자신에게 밥 한 끼, 차 한잔을 대접하는 것을 통해 그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더치페이를 하게 되면 무척 자존심 상해 하거나 심지어 굴욕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남성의 경제력 없이는 홀로 설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다. 여성의 사회적 권리를 주장하면서 남자에게 한 끼 식사 값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위선적이지 않은가.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스스로를 남자에게 구속시키지 말라고. 진정한 사랑은 ‘얻어먹어야 비로소 사랑을 확인하는’ 사랑이 아니라 ‘평등한 사랑’이라고. 평등한 사랑을 원한다면 이제부터 기꺼이 더치페이를 하라. 당신이 꺼리는 그 행위의 이면에는 당신이 얼마든지 그 사람으로부터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담겨 있다. 더불어 그것은 당신과 그 사람의 관계가 평등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다. 이제 더치페이를 한다고 자존심 상해 하지 말라. 더치페이야말로 우리의 자존심이다.



김현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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