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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98세에 운전면허 취득 고령화 시대의 인간 승리 축하만 할 수 없는 까닭은

중앙일보 2012.10.13 00:44 종합 4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내가 운전면허를 딴 건 서른이 다 돼서였다. 세 번을 연거푸 떨어지고 나니 한 번에 붙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3전4기 끝에 겨우 합격했다. 요즘처럼 도로주행까지 있었다면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나보다 뒤늦게 시작한 아내는 단번에 바로 붙었다. “역시 DNA 탓 아닐까?” 아내는 집안 내력까지 들먹였다.



 장인어른은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운전면허에 도전했다. 시험 도중 장내 기물을 파손해 물어준 적도 있다. 돈과 땀으로 얼룩진 장인의 면허 취득기는 7전8기 끝에 완성됐다. 유전자와 운전능력은 무관하다는 나의 반박에 아내는 나이 탓일 뿐이라고 우겼다. 다행히 장인은 20년째 무사고 운전 중이다.



 충남 공주에 사는 박기준(98) 할아버지가 국내 최고령 운전면허 취득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올 7월 학과와 기능 시험에 합격하고, 여세를 몰아 3개월 만에 도로주행 시험까지 통과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다리가 아파 고생하는 아내(96)를 보건소에 직접 태우고 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운전면허를 따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2년 전엔 960번의 도전 끝에 운전면허 취득에 성공한 차사순(71) 할머니의 인간 승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 운전면허 소지자 비율이 2000년 1.6%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7%가 넘는다. 고령화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에선 운전을 못하면 당장 생활이 어렵다. 곧 쓰러질 것 같은 노인들도 차를 몰아 은행에 가고, 마트에 간다. 안쓰럽기도 하고,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몇 달 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04세 노인이 차를 몰다 어린이를 포함해 11명을 치는 큰 사고를 냈다. 몇 년 전엔 86세 노인이 노천시장 한복판으로 돌진해 10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가 나기도 했다.



 우리 경우에도 고령운전자 사고가 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 수는 지난해 605명으로, 10년 전보다 3배가량 늘었다. 노인들은 시력 저하로 야간 운전과 장거리 운전에 취약하다. 신체 반응속도도 느리다. 브레이크를 밟는 속도나 장애물 발견 후 순간대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령운전자들에 대해 적성검사를 강화하고,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노인차별에 따른 위헌 논란 소지가 있다. 차가 없어도 병원에 가고 장을 보는 데 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특히 시골 노인들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의 배려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요즘 나는 가급적 운전을 하지 않으려는 쪽이다.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시간이 더 걸리고 힘이 좀 들더라도 두 다리와 두 팔을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조금 불편해도 한 템포만 천천히 살기로 작정하면 운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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