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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국 대선을 보는 미국의 시각

중앙일보 2012.10.13 00:43 종합 43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지만 미국의 아시아 관측통들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의 시각을 요약해보자. 이 글은 과학적 조사를 근거로 쓴 것이 아니며 미 정부의 시각이나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진영의 시각을 반영한 것도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롬니 후보 등 누구라도 한국의 새 대통령과 양자적·지역적·세계적 이슈를 다루는 기회를 환영할 것이다. 한국 대선 후보들에 대한 미국 관측통들의 관점은 최소한 특정 후보를 선호한다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한다.



 박근혜 후보는 워싱턴 정가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를 돕는 대외정책 보좌관들 역시 잘 알려져 있다. 박 후보가 집권하면 현 정부의 정책을 수정해 남북대화를 추진할 것이지만 이것이 본질적으로 미국의 이익과 충돌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관심은 비핵화의 진전과 평화 및 안보의 증진을 위해 양자 간에 잘 조율된 정책을 벗어나 한국 정부가 갑작스럽게 북한에 물질적 보상을 함으로써 미국을 놀라게 하거나 미국의 외교정책을 훼손할 것인지 여부다.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가 종종 그랬던 것과 달리 미국을 놀라게 하진 않을 것이라는 상당한 믿음이 있다.



 박 후보의 중국에 대한 입장에 대해선 많이들 궁금해한다. 오바마나 롬니나 중국 ‘봉쇄’ 정책을 취하진 않을 것이며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제로섬 관점에서 보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아시아에서 미묘한 전략 게임을 벌이고 있으며 그 목표는 중국이 국제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도록 유도하고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 분열을 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의 한·일 갈등은 미국에 큰 두통거리다.



 중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는 박 후보의 입장에 대해 미국인들은 긍정적이다. 다만 중국 측이 의도적이건 아니건 일본, 미국과 거리를 두도록 하는 데 악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일부 관측통들 사이에선 박 후보가 중국에 대해 호의적 입장을 보이는 것이 자신이 친미적일 것이라는 기대치 때문에 그런 것이냐, 아니면 그것과 무관한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려 있다.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만큼 워싱턴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부산에 거주했던 탓에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인들과 접촉이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부시-노무현 시절 근무했던 미 당국자들은 당시 청와대의 상당수 핵심 관계자들이 미국을 자극하려고 시도할 때 문 후보가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또 노무현 정부 초기 한·미 동맹이 취약했던 사실로부터 귀중한 정치적·전략적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일부 관측통은 문 후보 캠프에서 주장하는 남북 경제연합과 평화협정 주장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런 것들이 대선 공약일 뿐이며 실행 과정에서 적절히 조율된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문 후보가 대북정책을 어느 선까지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미국엔 없다.



 안철수 후보는 미국 정부 관계자나 학자들 사이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안 후보를 직접 만나본 사람이 거의 없거니와 그의 보좌관들조차도 후보의 입장을 제각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남북 화해와 평화체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안 후보의 입장은 모호하며, 문 후보와 박 후보의 중간선쯤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반미적일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없지만, 그의 정책 및 정치 경험 부재로 인해 미국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발생하거나 정책 조율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했듯이 정치 지도자가 선거 캠페인의 열정에서 벗어나 정부 운영자의 자세를 갖추는 과정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안 후보의 사업가 경력은 미국 대통령과 실용적이고 생산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세 후보 모두 호감을 주는 사람들이며 미국 대통령이 주목할 만한 지도자다. 한·미 양국은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국무장관은 바뀔 것이다. 각 후보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미국과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은 이를수록 좋다.



 양국 사이에 상대를 놀라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북정책에서 현격한 입장 차이가 생긴다면 양국 정부는 상대의 입장을 배격하기보다 상호보완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원칙 아래 움직여야 한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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