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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중국 90후 군단’ 대전 실종사건

중앙일보 2012.10.12 00:00 종합 38면 지면보기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대진 추첨 후 대국 상대끼리 악수를 나누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철한, 이세돌, 구리, 박정환. [사진 한국기원]


서슬퍼렇던 중국의 ‘90후’가 대전에서 한국의 최정예를 만나 전멸의 비극을 당했다. ‘90후’는 90년 이후에 출생한 중국의 신예 기사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날이 갈수록 세력을 넓히며 세계 바둑을 휩쓸고 있는 공포 군단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세돌-최철한-박정환 등 한국의 주력을 만나자 추풍낙엽으로 떨어져 나갔다. 총상금 8억원, 우승상금 3억원의 제17기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전은 이세돌 9단 대 최철한 9단, 박정환 9단 대 구리 9단의 대결로 확정됐다.

삼성화재배 4강 확정
막강 중국 신예 모두 탈락
이세돌·구리, 화려한 부활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9일 열린 16강전에서 이세돌 9단은 지난달 박정환을 이겼던 중국의 14세 천재 리친청 초단을 격파하며 ‘90후’ 사냥의 포문을 열었다. 곧이어 한국랭킹 1위 박정환은 중원징(22)을, 최철한은 미위팅(16)을 꺾었고 전기 우승자 원성진도 퉈자시(21)를 제압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강동윤 9단. 그는 약간 밀린다는 예상을 비웃듯 난적 스위에(21)를 격파하며 ‘90후’와의 이날 대결을 100% 승리로 만들어냈다. 비록 비씨카드배 우승자 백홍석이 중국 1위 천야오예에게 패하고 신예 안국현이 구리에게 졌으나 16강전은 한국의 완승이라 할 만했다(응씨배 결승에 올라 박정환과 대결을 앞둔 16세 판팅위는 일본의 고마쓰 히데키를 꺾고 8강에 합류했다).



 최근 중국은 천야오예, 퉈자시, 스위에가 패배를 모르는 듯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고 랭킹도 뛰어올라 나란히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스위에는 현재 3위지만 머지않아 1위가 될 것으로 지목되는 인물. 여기에 판팅위, 비싸카드배 결승에 올랐던 당이페이, 미위팅, 리친청 등 강력한 신예들이 가세하면서 대 격변을 겪고 있다. 이 바람에 이세돌과 함께 세계 바둑의 쌍두마차였던 구리는 중국랭킹 10위까지 처지고 말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10일 치러진 8강전은 흥미만점이었다. 대진은 이세돌 대 천야오예, 최철한 대 판팅위, 강동윤 대 구리, 원성진 대 박정환.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이세돌과 중국의 새로운 일인자 천야오예의 대결에 대해 한국과 중국 기자들은 ‘5대5’라는 예상을 내놨다. 이세돌은 그러나 천야오예를 거의 완벽하게 밀어붙였다. 신흥 강자 판팅위와 만난 최철한은 중반 한때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설(?)이 나돌았지만 결과는 대승이었다. 한국의 최정예는 중국 ‘90후’와의 대결에서 6전6승이란 놀라운 전과를 거뒀다. 박정환은 원성진을 꺾어 응씨배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강동윤은 일찌감치 대마가 몰사당하며 구리에게 4강의 한 자리를 헌납했다.



 중국 ‘90후’의 대활약은 한국 바둑 위기설을 증폭시켰고 한국의 입단대회 방식까지 바꿀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투명한 가을 하늘 아래 적막하게 자리 잡은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이 뜻밖에 90후들의 무덤이 되고 말았다. 이세돌-구리의 쌍두마차는 되살아났다.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은 다음달 12~14일 유성연수원에서 열린다.



대전=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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